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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와 폭우가 지나며 잠시 주춤했던 과일 가격이 추석을 앞두고 다시 오름세로 돌아섰다. 사과와 배를 중심으로 한 과일류 도매가격은 전년보다 최대 40% 이상 상승했으며, 평년 가격과 비교해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기상 악화로 출하가 지연된 데다 명절 수요가 더해지면서 소매가에도 상승 압력이 본격화되고 있다.
9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사과(상품) 10kg 도매가는 6만9437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17% 높은 수준이다. 최근 3년 평균 시세와 비교하면 51%가량 비싼 가격이다. 배 역시 가격 상승이 두드러진다. 상품 기준 15kg짜리 배는 5만1006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4% 올랐고, 중품 배 가격도 3만6528원으로 37.2% 상승했다.
도매가 상승은 일주일 정도의 시차를 두고 소매가에 반영된다. 전날 기준 홍로 품종 사과 10개 상품의 소매가는 3만59원으로 집계돼 전년 동기 대비 17.6%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흐름은 이르면 이번 주말부터 본격적인 소매가 반영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가격이 오른 이유는 생육 지연에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지난 7월부터 이어진 폭염과 집중호우로 인해 사과·배 생리장해가 늘고, 과육 크기가 작아 수확이 늦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이달 중순까지는 공급량이 평년보다 부족한 상황이 이어질 수 있다.
다만 출하가 본격화되면 도매가격은 다소 안정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농업관측센터는 오는 9월 22일 전후로 사과 출하량이 전년 대비 6.5%, 배는 7.2%가량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 시점을 기점으로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으며 가격 안정세로 전환될 가능성을 점쳤다.
유통업계도 추석 전 수요 집중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물량을 확보하고 있다. 주요 대형마트들은 GAP 인증 과일 세트를 중심으로 3만~5만 원대의 중저가 구성 비중을 높였으며, 사전 비축 및 통합 매입을 통해 시세 변동을 최소화하고 있다. 소비자 가격 부담을 덜기 위한 할인 행사도 잇따르고 있다.
이번 추석은 10월 초로 비교적 늦은 시기에 자리하고 있지만, 과일 시장은 이미 명절 특수를 앞두고 가격 민감도가 높아진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인 가격 상승 흐름이 이어지더라도 출하량이 늘어나는 시점에서는 빠르게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