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전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는 김택수 작곡가의 창작곡 '더부산조'가 수 차례 연주됐다. 이른 아침부터 무대를 채운 이들은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KSO·코심) 단원들과 젊은 지휘자들이었다. 이날은 지난 10일 개막한 제1회 'KSO 국제지휘콩쿠르'의 2차 본선이 열린 날이었다.
오케스트라(KSO)는 올해 1회 KSO국제지휘콩쿠르를 시작했다. 만 23~34세의 젊은 지휘자를 대상으로 국적 불문 1~3위를 선발해 상금과 함께 지휘 기회를 준다. 1위는 상금 5000만원으로 대형 국제 콩쿠르 수준(쇼팽 콩쿠르가 4만 유로, 약 5400만원)이고, 코리안심포니의 부지휘자가 되는 것은 물론 서울 예술의전당, 인천·통영 무대에 설 기회를 준다. 광주·대전·부산·인천 시립교향악단도 우승자에게 연주 무대를 제공하기로 했다.
접수 기간이던 7월, 코로나19가 무색할 정도로 전 세계에서 지원이 몰렸다. 42개국 166명의 지휘자였다. 콩쿠르 주최 측은 이 중 12명을 추려 이달 11~14일 세 차례 경연 무대를 열어 우승자를 가렸다. 코리안심포니의 박선희 대표는 “한국 입국 시 2주 자가격리를 염두에 두고 지원해야 했는데도 많은 참가자가 몰려 놀랐다”고 전했다.
지휘 콩쿠르가 드문 만큼 경연 현장도 독특했다. 참가자들은 오케스트라와 사전 연습 없이 바로 무대에 오른다. 무대 위가 첫 만남이고 연습 현장이다. 객석에 청중은 있지만, 공연에서처럼 한 곡을 쭉 연주할 필요도 없고, 부분과 부분을 끊어 점검해보며 자신의 음악적 견해를 전달해도 된다. 모든 방식은 참가자 선택이다.
12일 2차 본선에 올라온 지휘자 7명은 모두 태도가 달랐다. 과제곡은 한국 작곡가 김택수의 오케스트라 작품인 8분짜리 ‘더부산조’였는데, 프랑스의 니키타 소로킨(31)은 지휘대에 오르자마자 “183마디부터 해봅시다”라며 각 부분을 연습시켰다. 중국의 리한 수이(27)는 처음부터 끝까지 전곡을 연주해본 뒤에 “정말 훌륭한 연주”라며 칭찬을 이어갔고, 음의 색채를 강조해 각 악기에 정확한 주문을 보냈다. 영국의 토비 대처(32)는 악보에 적힌 모든 지시어를 해체해 오케스트라 단원들에게 설명하며 “까다로워 미안하지만, 이 악보 자체가 그렇다”는 농담을 던졌다.
사실, 이런 장면은 무대 위 오케스트라 연주 전의 ‘연습’ 과정이다. 지휘 콩쿠르의 참가자들은 자신만의 연습을 공개하고, 연습을 시작하는 순간 평가를 받는다. 완성품이 아니라, 완성해가는 과정으로 경연에 참여한다는 점에서 여타 음악 대회와 다른 풍경이다.
그럼 심사위원들은 지휘자들의 무엇을 볼까. 이번 콩쿠르 심사위원인 레이첼 보론은 본지와 서면 인터뷰에서 “모든 것의 총합을 본다”며 “지휘 기술, 음악성, 모든 장르와 작품에 대한 지식, 오케스트라를 이끄는 능력을 판단한다”고 했다. 보론은 기념비적 여성 지휘자 마린 알솝(65), 영국 스타 지휘자 다니엘 하딩(46)을 키워낸 에이전트다. 그는 독주자와 달리, 사람들을 이끄는 지휘자의 경우엔 많은 능력이 복합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휘자의 가장 큰 목표는 훌륭한 음악을 만드는 일이다. 하지만 이를 위해 타고난 능력, 용기, 경험 같은 수많은 것들의 조합이 필요하다.” 코리안심포니의 박선희 대표는 “지휘자에게 다양한 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심사위원 구성도 다각도”라고 했다. 에이전트뿐 아니라 지휘자(정치용), 뉴욕필하모닉 악장(프랑크 후앙), WFIMC 사무총장(플로리안 리임), 지휘 교육자(피터 스타크) 등이다.
오케스트라 지휘의 역할과 의미를 알려준 한국 첫 국제 콩쿠르는 14일 막을 내렸다. 미국의 엘리아스 피터 브라운(26)이 1위, 한국의 윤한결(27), 중국의 리한 수이가 2, 3위에 올랐다.
우승자에게는 상금 5,000만 원과 코심 정기 연주회 및 예술의전당 기획공연 등 다양한 무대에서 지휘할 기회가 주어진다. 코심은 결선 수상자 가운데 코심 부지휘자도 선발할 계획이다. 'KSO 국제지휘콩쿠르'는 3년마다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