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기업은행은 앞서 21일 팀 내 불화, 성적 부진 등 사태의 책임을 물어 서남원(54) 감독과 윤재섭 단장을 경질했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주전 세터 조송화(28)가 서 감독과 불화로 팀을 무단이탈했고, 김사니(40) 코치도 같이 자리를 비우며 문제를 키웠다. 구단의 선택은 이탈한 선수와 코치에 대한 징계가 아닌 사령탑 경질이다. 오히려 김 코치를 감독대행으로 임명한 뒤 "팀의 정상화에 힘 써 달라"고 힘을 실어줬다. 구단 윗 선의 잘못된 결정으로 몇몇 고참급 선수들을 중심으로 파벌이 형성됐다는 소문이 점차 현실화 돼 가고 있다.
임시 사령탑을 맡은 김사니 감독대행은 "서남원 감독의 폭언이 있었다"면서 자신의 이탈 이유를 털어놨다. 많은 이들이 앞에서 자신을 무시했다는 게 주장의 핵심이다. IBK기업은행의 미숙한 구단 운영은 계속됐다. 구단은 22일 팀을 무단 이탈한 조송화에 대해 한국배구연맹 임의해지 규정에 따라 임의해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다만 구단 발표가 아닌 구단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해당 내용을 게재했다. 하지만 배구연맹은 IBK기업은행이 제출한 조송화에 대한 임의해지 공문을 반려했다. 연맹은 "선수가 서면으로 신청한 자료가 포함되지 않아, 임의해지 신청서류가 미비하다"고 설명했다.
올 시즌 개막 전 IBK기업은행은 가장 주목 받는 팀이었다. 2020 도쿄 올림픽 4강의 주역 김수지(34), 김희진(30), 표승주(29) 등 3명의 국가대표 선수들이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여자배구는 도쿄 올림픽 이후 가장 있기 있는 종목으로 올라섰다. 김연경(33·상하이)이 빠졌지만 1라운드에서는 V리그 사상 최초 시청률 1%를 돌파했다. 관중 입장이 허용된 이후로는 팬들이 가득했을 정도다.
이번 사태가 단순히 여자배구가 아닌 프로배구 전체의 위기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구단 관계자는 "갑자기 높아진 인기 속에 가려져 있던 거품이 걷히고, 부끄러운 민낯이 드러났다. 여자배구가 아닌 전체 프로배구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른 관계자도 "이번 사태가 안타깝다"면서 "이제 막 흥행이 시작된 V리그가 다시 침체기를 겪을 수도 있다.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서로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