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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경제도 폐지... 퇴직 경찰 온다 추현욱 사회2부 기자
  • 기사등록 2022-04-11 18: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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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정부가 2017년 ‘의경 단계적 감축과 경찰 인력 증원’을 국정과제로 정하고 매년 의경 선발 인력을 줄여왔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입대한 1142기를 마지막으로 의경 신규 모집도 종료됐다. 

충원은 되지 않고 전역자들만 배출하면서 자연스럽게 규모를 줄여나가는 상황이다. 2017년 2만5000여명 수준이었던 전국의 의경 규모는 현재 3000명 정도만 남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지막 기수가 전역하는 내년 5월에는 경찰에서 의경은 완전히 사라지게 된다.

의경은 방범 순찰, 집회시위 관리, 교통질서 유지, 시설 방호 등 다양한 치안 분야에서 경찰 업무 전반을 보조해 왔다. 하지만 단계적 감축 돌입과 함께 의경의 역할도 대폭 축소됐다. 현재 남아 있는 의경들은 집회시위 현장에서의 질서 유지 등 제한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데 그친다. 경찰 관계자는 “집회시위 현장에서는 경찰관으로 구성된 기동대가 주된 역할을 맡고 의경들은 질서 유지 정도의 보조 역할만 맡는다”고 말했다.

경찰서 방호 업무는 의경이 줄면서 새로 인력을 충원해야 하는 대표적인 분야다. 경찰은 지난해 5월부터 청사방호공무직 기간제 근로자를 선발하기 시작했다. 일선에서 ‘방호관’이라는 호칭으로 불리는 자리다. 이들은 의경들을 대신해 경찰서 입구를 지킨다. 은퇴한 경찰의 경우 경찰서 업무와 환경이 익숙해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젊은 의경들이 떠난 자리를 역설적으로 퇴직 경찰이 채우는 셈이다.

1985년 순경으로 시작해 36년간 경찰로 복무하고 지난해 말 퇴직한 이00(61)씨는 민간인이 된 지 사흘 만에 다시 경찰서로 출근하게 됐다. 퇴직 전 우연히 서울 종로경찰서 방호관 모집 공고를 보고 지원해 선발됐기 때문이다. 전국 대부분 경찰서는 보통 1명의 방호관만 선발하는데, 이씨는 면접에서 7대 1의 경쟁을 뚫었다.

남00(61)씨도 지난해 7월부터 서울 성북경찰서에서 방호관으로 근무하고 있는 퇴직 경찰이다. 남씨는 방호관 업무에 대해 “다 내려놓으니 후련하다”고 했다. 현직 경찰일 때는 피의자들을 조사해 혐의를 확인하고, 시민들의 행동을 감독해 단속하는 일을 하면서 종종 마음 한편이 무거웠는데, 현재는 ‘친절 봉사’로 안내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는 “경찰로 일할 때는 책임감과 의무가 있었지만 지금은 오로지 친절하게 내가 아는 지식으로 설명만 해주면 된다”고 말했다.

다만 경찰 후배들이 불편할까 봐 일부러 별다른 인연이 없는 성북서로 자원했다고 한다. 그는 “근무했던 경찰서에서 방호 업무를 하면 후배 경찰들이 나한테 제대로 일을 시키지도 못하고 엉거주춤하지 않겠나”라며 “성북서에는 아는 직원들이 없어서 서로 일하기가 편하다”고 했다.

방호관은 반드시 경찰만 지원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경찰서별로 모집 공고를 내면 전직 경찰과 함께 퇴역 군인들의 지원도 많다고 한다.

서울 서부경찰서 방호관으로 근무 중인 민병달(61)씨는 33년간 몸 담았던 군을 지난해 떠났다. 코로나19 탓에 계획했던 여행을 가는 것도 어렵게 되자 ‘이럴 바에야 일을 하자’라고 생각해 지원했다. 민씨는 “일반 시민들과 경찰이 접촉하는 첫 번째 공간이 경찰서 정문”이라며 “시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이지만 동시에 보안이 중요한 곳이기도 해서 유연하게 판단해야 할 때가 많다”고 강조했다. 그는 “가끔 현관에서 대화가 통하지 않는 주폭자가 난동을 부릴 때도 있지만 그런 상황일수록 ‘나는 경찰서에서 근무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으로 차분히 절차대로 안내한다”고 말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의경이 단계적으로 폐지되면서 청사 방호 업무를 맡기기 위해 청사방호공무직을 선발하고 있다. 익숙한 환경과 경찰 업무에 대한 높은 이해 때문에 퇴직 경찰들 사이에서 지원율이 높은 편”이라며 “현재 인력만으로는 야간 방호 등에 한계가 있어 청사방호공무직 기간제 근로자의 정원 확대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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