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10·16 기초단체장 재·보궐선거가 치러지는 전남 영광을 찾아 표심 잡기에 나섰다. 이 대표는 "선거 결과에 따라 민주당 지도체제 전체에 위기가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권을 겨냥해서는 "선거치료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장세일 영광군수 후보와 조상래 곡성군수 후보를 지원 유세한 뒤 영광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했다.이 대표는 "이번 보궐 선거는 영광·곡성군수가 누가 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이 정권에 국민들이 다시 회초리를 들어 책임을 묻는 의미가 크다"며 "또다시 정신 못 차리고 퇴행하는 정권에 엄정하게 회초리를 들어 징계하는 선거라는 생각을 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이어 "큰 선거도 아닌데 이번에 한 번 정신도 차리게 할 겸 다른 선택도 해볼까 하는 심정을 이해한다"면서도 "작은 국지전이만 윤 정권에 주는 엄중한 2차 경고의 성격을 가지고 있고 민주당이 장기적으로 집권하고 있는 곳은 지자체조차도 다르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다. 압도적으로 승리하게 해주셔서 영광·곡성의 새 미래를 확실하게 열어달라"고 호소했다.이 대표는 "민주당이 장기적으로 지역 권력을 가졌으면 다른 지역보다 확실히 다른 걸 보여줬어야 했는데 큰 차이 보여드리지 못한 건 사실"이라며 "저희도 반성해야 한다"고 몸을 낮췄다.그러면서 자신의 대표 공약인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을 거론하며 호남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기본소득으로 지역화폐 지급해서 동네서 돈을 쓰게 하면 동네 (경기가) 확 살지 않느냐"며 "영광, 곡성부터 기본소득을 도입하고, 지역화폐를 지급해서 지역 인구가 늘어난다는 걸 보여드리겠다"고 강조했다.이 대표는 현 정권을 향해서는 "의료대란 문제를 두고도 모든 사람이 걱정하고, 경제정책, 문화산업정책, 민생을 위해 어떤 일을 할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며 "본인들 의사에 반하는 입장이나 세력에 대해 탄압하고 억압하는 게 거의 전부가 아닌가 하는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이어 "윤석열 정권의 이런 일방통행에 대해 국민은 엄정한 심판을 했지만 개선되기는커녕 오히려 총선 이전보다 더 심해진 것 같다"며 "국민의 경고를 무시하면 더 엄정하게 심판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힘주었다.이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 앞서 영광으로 향하는 길에 진행한 유튜브 생중계에서는 이번 재보선을 두고 "2기 민주당 지도부를 맡아서 첫 선거를 치르는 것"이라며 "만약에 결과가 이상하게 나오면 민주당 지도체제 전체에 위기를 들고 올 수 있다"고 말했다. 동행한 한준호 최고위원도 "그렇다. 다음 지방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공감했다.이 대표가 재보선 현장을 찾는 것은 처음이다. 민주당은 애초 야권 텃밭인 곡성·영광에서는 무난한 승리를 점쳤지만 조국혁신당의 지지세가 만만치 않자 지도부가 나서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조국 혁신당 대표가 이미 지난 13일부터 호남 한 달 살이에 나선 가운데 민주당에선 호남이 고향인 한 최고위원과 전남 해남·완도·진도를 지역구로 둔 5선 박지원 의원, 1기 수석최고위원인 정청래 의원이 한 달 살이를 시작했다.10월 재보선은 곡성·영광을 비롯해 부산 금정구와 인천 강화 등 4곳의 기초단체장을 뽑는다. 국회의원이나 광역단체장 선거는 포함되지 않은 '미니 재보선'이지만 총선 이후 지역 민심을 확인할 수 있는 첫 선거이자 2026년 지방선거의 전초전 성격도 띠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특히 민주당 입장에선 이재명 2기 체제가 출범한 후 치러지는 첫 선거여서 호남 주도권을 두고 조국혁신당과의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