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대화 하자더니 겁박" 들끓는 의료계...'불참자 명단게재' 사직 전공의 의정갈등 후 최초 구속
  • 추현욱 사회2부기자
  • 등록 2024-09-23 15:36:24

기사수정


사직 전공의가 줄줄이 소환되고 실제 구속으로까지 이어지자 지켜보던 선배 의사들이 발끈하고 나섰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제안한 '여야의정 협의체'에 사직 전공의는 필수적으로 참여해야 하는 대상으로 거론됐는데 이들을 처벌하기 시작하면 정부와 의사집단의 대화는커녕 의료대란에 불을 더 지피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가 대화하자면서 겁박한다"는 게 의사들의 주장이다.

앞서 지난 20일 저녁 서울중앙지법 남천규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스토킹처벌법 위반혐의 등을 받는 사직 전공의 정모씨에 대해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정씨는 지난 7월 의사·의대생 온라인 커뮤니티와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감사한 의사'라는 제목으로 복귀 전공의·의대생의 개인정보가 담긴 명단을 올린 혐의를 받는다. 해당 명단엔 피해자들의 실명, 소속병원 등이 기재됐다. 경찰은 구속영장 신청과정에서 "명단에 오른 피해자 중 일부가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며 극단적 선택을 할 위험이 있다"며 피해자의 극단적 선택 우려를 강하게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정갈등 이후 첫 사직 전공의 구속 사례가 나오면서 선배 의사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서울의 한 의대교수는 "이게 구속사유가 되느냐"면서 "전공의 대표 줄소환에 구속수사로 협박하면서 조건 없는 여야의정 협의체를 바라선 안된다"고 분개했다. 또다른 의대교수도 "명단을 올리는 것은 찬성하지 않지만 이미 증거를 확보한 상태에서 증거인멸 우려로 구속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며 "이번 결정이 가져올 파급효과가 사태를 더 악화시킬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의사집단의 규탄성명도 이어졌다. 서울특별시의사회는 지난 21일 성명에서 "독재정권 때처럼 공안정국을 펼치는 것도 모자라 정부의 실정으로 사지에 몰린 개인의 행위를 두고 마치 이번 사태의 모든 책임이 전공의들에게 있는 것처럼 끊임없이 전가하는 현 정부의 행태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앞에서는 대화를 청하면서 뒤로는 검경을 통해 겁박하는 게 정부의 행태임을 여실히 보여준 예"라면서 "의정갈등으로 인한 이번 사태가 이런 방식으론 결코 해결되지 못하고 더 악화할 수 있음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했다. 여야의정 협의체에 참여할 가능성이 희박해졌다는 의미를 내포한 것으로 풀이된다.


경기도의사회도 같은 날 서울 이태원에서 '전공의 구속 인권유린 규탄' 집회를 열어 "의사표현을 말살하는 북한 수준의 인권유린"이란 강도 높은 발언을 쏟아냈다.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임현택 회장은 정씨가 구속된 다음날(21일) 서울 성북경찰서에서 그를 만나고 온 후 기자들에게 "오늘 이 유치장에 있어야 할 자들이 과연 생명을 살리던 현장에서 잠도 못자고 집에도 못 가고 자기 몸 하나 돌볼 시간 없이 환자들 죽어가는 현장에 있던 전공의여야 하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떨리는 목소리로 "(정부가) 의사들 사이의 관계를 하나하나 다 결딴내고 있다"며 "이 사태가 하루라도 빨리 끝나서 우리 의사들도 국민들도 걱정하지 않고 살 수 있게 의사들이 오직 국민들 생명 살리는 걱정만 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빅5' 병원 사직 전공의 대표는 지난 5일 서울대병원 박재일 전공의 대표를 시작으로 줄줄이 경찰에 소환돼 조사받았다. 의협 전·현직 간부들이 의료법 위반을 방조했다는 혐의로 수사선상에 오른 데 따른 것이다. 지난 11일 경찰에 출석한 김유영 삼성서울병원 전공의 대표는 포토라인에서 "언제 어디가 아파도 상급병원에서 VIP 대접을 받는 권력자들이 의료현안, 의료정책을 결정하는 게 화가 난다"며 "마취과 전공의로 소아마취를 전문으로 하는 의사를 꿈꿨지만 그 꿈을 접었다"고 짧게 말했다.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가장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기자수첩】 선거가 오면 나타나는 사람들, 끝나면 사라지는 정치 지방선거가 다가오고 있다. 도시의 공기는 아직 조용하지만, 정치인들의 움직임은 이미 시작됐다. 한동안 잠잠하던 SNS가 먼저 반응한다.현장 사진, 회의 사진, 시민과 악수하는 장면이 연달아 올라온다. 마치 그동안 도시 한가운데서 살고 있었던 것처럼.하지만 시민들은 기억한다. 그 사진 속 인물들이 평소에는 잘 보이지 않았다는 사실을....
  2. 서산시사회복지협의회 제9대 회장에 장석훈 취임 서산지역 사회복지 민간 허브 역할을 맡아온 서산시사회복지협의회가 회장 이·취임식을 열고 새 집행부 출범을 공식화했다.협의회는 지난 1월 24일 오후 3시 서산시문화회관 소공연장에서 제8·9대 회장 이·취임식을 개최했다. 행사에는 이완섭 서산시장과 성일종 국회의원, 조동식 서산시의회의장, 윤만형 서산시체육회장 등 ...
  3. 충우회, 20년 ‘나라사랑’ 실천…2026년 정기총회서 새 도약 다짐 충우회(회장 이규현)가 오는 1월 28일 낮 12시, 충남 서산시 베니키아호텔에서 ‘2026년 정기총회’를 열고 향후 사업 방향과 새로운 도약을 다짐한다.이번 정기총회는 지난 20년간 이어온 충우회의 나라사랑 실천과 사회공헌 활동을 되돌아보고, 2026년도 사업 계획의 기틀을 마련하는 자리로 마련됐다.충우회는 단순한 친목 단체를 넘어 ...
  4. 삼성전자, 갤럭시 공급망 대격변… "중국·대만산 비중 확대, 생존 위한 선택" [뉴스21 통신=추현욱 ]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강자 삼성전자가 자사 플래그십 및 중저가 라인업인 '갤럭시' 시리즈에 중국과 대만산 부품 탑재 비중을 파격적으로 늘리고 있다. 이는 급변하는 글로벌 공급망 환경과 가중되는 원가 압박 속에서 수익성을 보전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급 풀이된다.2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5. '민주당 코스피5000특위'…"주가누르기·중복상장 방지법 등 추가 검토" [뉴스21 통신=추현욱 ] 코스피 지수가 22일 장중 5000포인트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코스피5000 특별위원회는 ‘주가 누르기 방지법’과 ‘중복상장 방지법’을 추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오기형 민주당 코스피5000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청와대 초청 오찬을 마친 뒤...
  6. 장민영 IBK자산운용 대표…신임 중소기업은행장 내정 [뉴스21 통신=추현욱 ] 장민영 IBK자산운용 대표(62·사진)가 신임 중소기업은행장으로 내정됐다.금융위원회는 22일 이억원 위원장이 장 대표를 신임 중소기업은행장으로 임명 제청했다고 밝혔다. 중소기업은행장은 금융위원장이 제청하고 대통령이 임명한다.장 내정자는 1989년 중소기업은행에 입행한 뒤 리스크관리그룹장(부행장), 강북.
  7. 미국 새 국방전략 “한국, 지원 제한해도 북 억제 ‘주된 책임’ 가능… [뉴스21 통신=추현욱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23일(현지시간) 공개한 새 국방전략(NDS)에서 북한이 여전히 한·미·일에 강력한 위협이라고 규정한 뒤 “한국이 북한을 억제하는 데 있어 주된 책임을 질 능력이 충분하다”고 밝혔다.NDS는 또 이란 핵시설 폭격과 베네수엘라 군사작전을 언급하면서, 다른 국가가 미국의 이..
역사왜곡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