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한수원, 1조2000억 규모 루마니아 원전 리모델링 계약 따내
  • 추현욱 사회2부 기자
  • 등록 2024-12-19 21:59:17

기사수정
우리나라가 루마니아에서 1조2000억원 규모 ‘원전 리모델링’ 계약을 따냈다. 지난 7월 24조원 규모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우선 협상 대상자 선정, 지난달 10조원 규모 불가리아 코즐로두이 원전 건설 계약에 이어 조(兆) 단위 수주가 이어지는 것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은 19일 루마니아 수도 부쿠레슈티 루마니아원자력공사(SNN)에서 ‘체르나보다 1호기 설비 개선 사업’ 최종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캐나다 캔두 에너지, 이탈리아 안살도 뉴클리어와 지난해 10월 해당 사업의 공동 수행을 위한 컨소시엄을 구성한 데 이어 1년여 만에 계약에 성공했다. 전체 사업비는 19억유로(약 2조8000억원)로 한수원 몫은 40% 수준인 약 1조2000억원이다.

한수원은 내년 2월 공사에 착수, 약 5년 5개월 동안 설비 개선 공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원전 유지 보수를 담당하는 한전KPS를 비롯해 설비 제작사인 두산에너빌리티와 원전 사업 경험이 많은 현대건설, 삼성물산 등 국내 기업들은 한수원의 협력 업체로 시공·건설에 참여한다. 문주현 단국대 교수는 “낙수 효과가 중소·중견 원전 업체까지 확산하며 원전 생태계 회복에 도움이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수원 컨소시엄이 이날 계약한 원전 설비 개선 사업은 1996년 상업운전을 시작한 706MW(메가와트)급 중수로형 체르나보다 1호기를 앞으로 30년 더 운전하기 위한 프로젝트다. 오는 2027년 운전 허가 만료를 앞두고 사업자인 루마니아원자력공사(SNN)는 지난해 5월 규제 당국으로부터 30년 계속운전 허가를 받았다. 이에 2030년 재가동을 목표로 계약을 추진해왔다.

한수원은 체르나보다 1호기 건설 당시 참여했던 캐나다 캔두 에너지(옛 AECL), 이탈리아 안살도 뉴클리어와 지난해 10월 컨소시엄을 구성하며 사실상 수주를 예약했다. 

이른바 캔두형이라 불리는 중수로의 원천기술을 가진 캔두 에너지는 원자로(압력관) 설계, 안살도 뉴클리어는 터빈 설계와 기자재 공급을 담당한다. 한수원은 압력관 등 주기기와 보조기기 교체를 비롯해 방사성 폐기물 저장시설과 같은 인프라 건설을 맡는다. 한수원 관계자는 “컨소시엄은 지난 1년여간 SNN측과 사업비, 계약 조건, 공정 등에 대해 매월 대면회의를 가지며 협상을 진행했다”고 했다.

1983년부터 가동에 들어간 월성 1호기를 시작으로 현재 가동 중인 2·3·4호기까지 한수원이 경북 경주 월성원전에서 40년 이상 쌓은 중수로형 원전 건설·운영 경험이 이번 수주의 바탕이 됐다는 평가다. 문주현 교수는 “중수로 설비 개선 사업은 기존 설비를 제거하고 신규 설비로 교체해야 해 신규 원전 건설보다 더 까다롭다”며 “우리나라는 월성 1호기 때 이 같은 작업을 성공적으로 마치며 실력을 인정받았다”고 말했다.

'원전 리모델링’의 핵심인 압력관 교체 작업에 캔두형 원전의 원조인 캐나다는 46개월(2008~2012년), 아르헨티나는 37개월(2015~2019년)이 걸린 것과 달리 한수원은 2009년 월성 1호기 설비 개선 작업 당시 27개월 만에 마무리했다. 노동석 에너지정보문화재단 센터장은 “이번 루마니아 설비 개선 사업에 참여한 경험은 월성 2~4호기 등 국내 중수로 원전의 계속운전 추진에도 기술적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체코 원전 2기 건설과 같은 신규 원전 사업은 물론 원전 정비 분야에서 수천억~수조원 규모 수주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AI(인공지능) 확산과 전기차 보급 등에 따라 세계 각국이 발전 능력 확보에 나서는 상황에서 기존 원전의 정비 수요도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계약을 통해 해외 원전 ‘리모델링’ 프로젝트에 처음으로 참여하게 되면서 원전 수출 방식이 다각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루마니아는 1호기에 이어 2007년부터 가동을 시작한 2호기도 최초 가동 연한이 끝난 뒤, 재가동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한수원은 지난해 6월엔 2600억원 규모 체르나보다 1·2호기의 삼중수소제거설비 건설 사업을 수주했고, 2022년엔 러시아가 수주한 이집트 엘다바 원전의 시공·기자재 공급을 위한 25억달러 규모 계약을 맺기도 했다.

정동욱 중앙대 교수는 “루마니아, 아르헨티나 등 중수로 원전 운영국에서 추가 수주가 기대된다”며 “아랍에미리트(UAE)와 체코에 수출하며 실력을 입증 받은 경수로는 물론, 중수로에서도 원조인 캐나다까지 우리에게 손을 내밀 정도로 뛰어난 우리의 실력을 입증한 것”이라고 말했다

경수(輕水·보통의 물)보다 질량이 무거운 중수(重水)를 감속재와 냉각재로 사용하는 원자로. 저농축 우라늄을 연료로 쓰는 경수로와 달리 천연 우라늄을 사용한다. 원전 가동 중에도 연료를 교체할 수 있다. 원조인 캐나다를 비롯해 우리나라, 루마니아, 아르헨티나, 중국, 인도, 파키스탄이 운영하고 있다.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가장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스타필드 빌리지" 파주 운정신도시에 첫선...서울 서래마을 인기 베이커리 카페 ‘아티장베이커스’ 개점 [뉴스21 통신=추현욱 ] 스타필드 빌리지가 파주 운정신도시에 첫선을 보였다.3일 가오픈한 운정점 내부는 파주 시민들의 기대감을 반영하듯 많은 인파로 북적였다. 아이를 둔 젊은 부부가 많이 거주하는 만큼 유모차를 끌고 방문한 고객이 대다수였다. 반려견과 찾은 고객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실제 운정점은 기존 스타필드와 달리 아이 .
  2. 강동구 복지단체 - 취임식과 송년회를 성황리에 마치다 지난 12월1일(월) 강동융복합복지네트워크 [김근희총회장 취임식 및 송년회]가 만나하우스에서 성황리에 치루어졌다. 식전행사로 김희옥(전.송파구립합창단원)의 ‘님이오시는지. 에델바이스’와 최주희가수의 ‘백년살이’ 열창에 이어 손재용 수석부회장의 개회 선언으로 시작된 이 날 행사엔 강동구 이수희구청장. 조동탁구...
  3. 수차례 신고에도 처벌 ‘0’…충주노동청, 위험 방치한 채 사실상 현장 편들기 산업현장에서 낙하물 방지망 미설치라는 중대한 법 위반이 반복되고 있음에도, 충주고용노동지청이 수차례의 신고를 모두 ‘행정지도’로만 뭉개 온 사실이 드러나 직무유기 논란이 본격화되고 있다.최근 한 제보자는 충주지청에 낙하물 방지막 미설치를 신고했지만, 충주지청은 국민신문고 답변에서 “이번뿐 아니라 과거 신고 ...
  4. 민주당, '정년연장+재고용' 방식은…적용시기·연장폭이 관건 [뉴스21 통신=추현욱 ]법정정년 문제를 놓고 여당이 정년연장과 퇴직 후 재고용 방식을 결합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가운데, 법정정년을 단계적으로 연장하되 연장 혜택을 보지 못하는 연령대엔 재고용 의무화를 부여하는 방식을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노사가 참여하는 더불어민주당 정년연장특위는 이 같은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현행 ...
  5. 행안위, '제헌절' 법정 공휴일 재지정 추진... [뉴스21 통신=추현욱 ]제헌절의 18년 만의 법정 공휴일 재지정이 추진되면서, 내년 7월 17일이 다시 '빨간날'이 될 경우 여름철 성수기 연속 3일 연휴를 기대하는 직장인들의 관심도 함께 커지고 있다.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27일 '공휴일에 관한 법률(공휴일법)' 개정안을 의결하며, 제헌절을 다시 공휴일로 지정하는 절차에 돌입했.
  6. 양주시, 바르게살기운동 백석읍위원회, 주민 참여 수익사업으로 마련한 기부금 200만 원 전달 바르게살기운동 백석읍위원회가 지난 1일, 자체 수익사업을 통해 조성한 현금 200만 원을 백석읍에 기부했다고 밝혔다.이번 기부금은 위원회가 지역 주민들과 함께 레몬청과 티백을 판매하며 마련한 것으로, 주민들이 정성껏 만든 상품을 직접 판매하며 나눔의 의미를 더했다. 특히 이번 수익사업은 지역경제 활성화와 주민 교류 확대에도 ..
  7. 울주군보건소, 정신재활시설 좋은친구들 그림책 전시회 개최 ▲사진제공:울주군청 울주군보건소가 지역 정신재활시설인 ‘좋은친구들’이 5일 남구 민간 전시공간에서 정신장애인이 만든 그림책 전시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좋은친구들은 울주군보건소의 지원을 받아 정신장애인의 사회적응력 향상과 창의적 여가활동을 위한 ‘In My Book:마음 엮어 책한권(그림책 창작 프로그램)’을 운.
역사왜곡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