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뉴스21통신】 홍판곤기자=어릴 적 오일장이 서면 장터 한쪽에는 장기판의 재야고수들이 박보장기 판을 펼쳐놓고 머리싸움을 벌이는 것을 본다.
바둑판 장기판은 초나라와 한나라 두 병졸이 말의 종류별로 정해진 규칙에 따라 움직이며 상대편 왕을 잡는 게임이다. 박보장기는 상대 왕의 진지까지 쳐들어가 계속 장군, 멍군하며 외통수로 상대를 코너로 모는 방식의 장기 묘수풀이다. 이번 계엄 정국이 박보장기의 외통수를 민주당이 선공하고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 응수로 장기판이 벌어졌다.
박보장기는 정교한 수읽기와 행마가 필요하다. 셋수에서 일곱수까지 말을 배치한다. 적의 궁성으로 말을 움직이되 순서에 맞지 않는 행마는 오히려 상대방에게 공격 기회를 주게 된다. 이때 한 수라도 잘못된 순서이면 상대방에게 역공을 당해 역전패로 끝난다는 것이 박보장기의 매력이다.
윤석열 정부는 민주당의 다수당 횡포로 정국 운영이 불가능해지자 12월 3일 10시 25분 비상계엄 선포라는 응수로 반국가세력을 척결하겠다고 나섰다. 그 뒤 민주당은 탄핵과 대통령을 내란수괴범이니 구속하라는 포석을 놓게 된다. 행마 실수가 발생한 것 같다. 판이 뒤집혔다. 몇몇 여론조사기관이 최근 발표한 것을 보면 대통령 지지율이 20%대에서 50% 이상으로 상승하고 있다.
29명의 고위공직자의 탄핵과 2025년 정부예산안의 일방적 삭감으로 정국 운영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발효했다. 그러나 2시간여 만에 국회는 해산결의를 하자 대통령은 6시간 만에 비상계엄 해제 결정을 한다. 국회가 장군을 부르니 대통령은 멍군으로 응수를 한 꼴이다.
한밤의 비상계엄령 발동은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을 멘붕으로 빠뜨렸다. 45년 만에 보는 이 조치의 황당함에 어쩔 줄 모르는 상태가 되었다. 국회의원들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당황했고 분노하는 의원도 보이며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대통령을 공동의 적으로 간주하고 결국 대통령은 탄핵을 당하고 감옥에 가두고 말았다. 국회가 벌인 장군이라는 외통수 포석은 다수결이라는 명목 아래, 정부 고위 관료 29명을 차례로 탄핵했고 예산 심의가 시작되자, 민주당이 비협조적으로 판단되는 정부 기관의 특별활동비는 전액 삭감해 버렸다.
검찰 특활비 80억 900만 원 전액, 검찰 특정업무경비(특경비) 506억 9,100만 원 전액, 대통령실 특활비 82억 5,100만 원 전액, 감사원 특활비 15억 원을 전액 삭감시켜버렸지만, 국회 자체의 특활비는 기존 수준인 9억 8,000만 원은 그대로 유지했다.
국가는 마비되었고, 관료들은 두 손을 들었다. 그러나 국회의원 자신들의 세비는 월 310만 원 인상 결정했다. 국회의원 일인당 세비는 연간 8억원이상 소요된다. 국민최저임금 기준 32배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회 다수당의 폭거에 "비상계엄"이라는 강수를 둔 것이다. 군대가 움직였고, 국회 주변에 군인이 모여들었다. 대통령의 행마에 국회는 대통령 탄핵을 가결했다. 헌법재판소가 심리에 착수했고, 고위공직자 범죄수사처(공수처)는 다시 장군을 부르며 치고 나왔다. '내란의 수괴'로 규정하며 구속 수사에 나섰다.
그러나 상황은 예상 밖으로 흘러갔다. 심리와 수사가 진행될수록, 민주당과 우리법연구회 출신 법관들의 편향적 태도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국민은 이를 간파했고, 탄핵 반대 여론은 점점 거세졌다. 마침내 탄핵기각 여론은 반수를 넘었고, 보수층은 결집하기 시작했다.
국회법사위원회장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내란수괴로 사형당할 것이라고 발언했던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헌법재판소 심리에서 당당히 발언을 쏟아 냈다.
"탄핵은 국회의 고유 권한입니다!"
그러자 윤석열 대통령도 응수했다.
"비상계엄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입니다!"
장군을 치니, 상대도 멍군 하며 응수다.
국회가 대통령을 외통수로 몰아가려 했으나 대통령은 필생의 한 수를 두었다. 경찰이 대통령 사저에 들이닥쳐 구속을 시도했으나, 경호처 병력만으로 버텼다. 장기판에서 외통수에 몰린 병졸들은 잘 버티었고 이 모든 행마가 길을 열어가는 듯했다.
그러던 중, 헌법재판소 내부에서도 균열이 생겼다. 정국은 다시 혼란 속으로 빠져들었지만, 점차 대통령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했다. 탄핵이 기각된다면, 그는 정국을 수습하고 다시 정치의 새 판을 짜게 될 것이다.
정치는 장기(將棋)와 같다. 장기말이 많다고 꼭 이기는 것이 아니다. 상대가 어떤 묘수로 응수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린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번 국면을 어떻게 풀어갈지가 궁금하다, 대한민국의 운명은 깨어있는 시민의 고심하는 한 수가 보태어 대한민국의 장래를 열어가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