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이 비친 창호지를 통하여 뜰에 핀 배꽃 향기가 그윽하게 스며들고 봄을 알리며 하얗게 피는 배꽃은 그 아름다움이 예로부터 많은 시와 노래로 다뤄졌다.
그러나 배꽃을 바라보는 느낌은 진분홍 복사꽃, 연분홍 벚꽃과 같은 경쟁나무에서 보이는 것처럼 도발적인 화려함과 요염함이 보이지 않는다. 흰빛이 갖는 고고함에 덧붙여 다소곳하면서도 마치 소복에 숨겨진 청상과부의 어깨선 마냥 배꽃은 애처로움이 배어 있고, 때로는 아쉬움이 묻어 있는 그런 느낌이다.
그래서 과일나무이면서도 꽃으로 뭇사람들의 사랑을 받아 온지도 모른다. 배꽃을 노래한 수많은 시가 있지만 조선 명종 때의 부안 기생 매창이 한번 떠난 후 소식이 끊긴 애인 유희경에게 보낸 시 한수가 정겹다.
이화우(梨花雨) 흩날릴 제/울며 잡고 이별한 님/추풍낙엽에 저도 날 생각할런가/천 리에 외로운 꿈만 오락가락 하노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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