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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高로 환차익 얻자 엔화 매도 급증...960원대 환전 붐
  • 추현욱 사회2부기자
  • 등록 2025-02-28 22: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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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 대비 원화 환율이 장중 100엔당 967원까지 오른 27일, 50대 회사원 이모씨는 은행 앱을 켜고 50만엔을 원화로 바꿨다. 이씨는 “작년에 원·엔 환율이 900원 밑일 때 엔화가 싸다는 생각에 매수했다”면서 “올 연말에 환율이 1000원까지 오를 것도 같지만 50만원 정도 환차익을 본 것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원·엔 환율이 2023년 5월 이후 최고 수준인 967원까지 상승하면서 엔테크 투자자들의 환차익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실제 엔화를 팔아 차익을 실현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엔화 예금 잔액은 26일 8230억엔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말(1조693억엔)과 비교하면 약 한 달 만에 2463억엔(약 2조3790억원)이 줄었다. 하루 평균 95억엔(약 918억원)씩 줄어든 것이다.

달러 대비 엔화 가치도 강세다. 27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한때 달러당 148엔대까지 하락했다가 149엔대에서 움직이는 모습을 보였다. 최근 엔화 가치가 오르면서 2개월여 만에 달러당 150엔 밑에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올 들어 엔화 강세를 보이는 것은 일본 경제의 성장세로 일본은행(BOJ)이 추가 금리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 17일 일본 내각부는 2024년 4분기(10~12월) 일본 경제가 전기 대비 연율(분기 성장률을 연간으로 환산한 것)로 2.8% 성장했다고 밝혔다. 시장 예상치(1% 증가)를 크게 웃도는 수치였다.

변정규 미즈호은행 서울지점 딜링룸 그룹장은 “일본의 1월 소비자물가는 작년 같은 달보다 4% 상승해 2년 만의 최고치였다”며 “일본은 이제 ‘잃어버린 30년’에서 탈출해 인플레이션이 나타나는 국가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은행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고 통화 가치가 상승할 것이란 기대감이 시장에 퍼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일본 장기 금리의 지표가 되는 10년물 일본 국채 금리는 추가 금리 인상을 반영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7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10년물 일본 국채 금리는 연 1.395%를 기록했다. 2010년 이후 15년 만의 최고치다. 5년물 일본 국채 금리도 이날 한때 연 1.05%를 기록하면서 2008년 이후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금융권에서는 이르면 5월 금리 인상 관측이 나온다. 정성태 삼성증권 연구원은 “일본은행은 지난달 향후 일본 경제가 1월 전망과 부합하면 정책 금리를 추가적으로 인상할 것이라고 했다”며 최종 정책 금리를 연 1.25%(현재 연 0.5%)로 전망했다.

앞으로 엔화는 어떻게 움직일까. 지난 12일 국제금융센터가 펴낸 ‘미국발 관세 위험 현실화의 글로벌 외환시장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해외 투자은행(IB)들의 달러 대비 엔화 환율 전망치는 작년 3월 말 154엔에서 작년 12월 말 151.7엔으로 낮아졌다. 엔화가 강세(엔화 가치 상승)를 보일 것이란 관측이 많아진 것이다. 27일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은 149.2엔이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관세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과 미국 경제지표 둔화가 당분간 달러 약세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일본은행이 금리 인상 시기 조절 등을 통해 엔화 추가 절상 폭을 제한하겠지만, 올해 엔화 강세가 나타날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엔 캐리 트레이드(저금리 엔화를 빌려 다른 국가 자산에 투자하는 전략) 청산도 엔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해외에 나가 있던 자금이 일본으로 돌아와서 국내 자산을 사겠다고 하면 엔화 수요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반면 엔화 강세로 인한 일본 수출 기업들의 수익성 악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이에 한국에서 일본 주식 시장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의 투자처도 바뀌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이주은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엔화 강세 구간에서 일본 증시에 투자한다면 수출주보다는 내수주, 원재료 수입 비율이 높은 기업에 투자해야 한다”면서 “일본인들의 해외여행이 늘어나면서 수혜를 볼 수 있는 기업도 좋은 투자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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