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화성특례시, 제암리·고주리 학살 희생자 추모제 매년 마련해 희생자 넋 기려
○ 일본군, 만세운동 참여했단 이유로 1919년 4월 15일 무고한 29명 집단 학살
○ 화성특례시, 학살의 그날을 되새기며 작년 ‘4월 15일’ 화성시독립운동기념관 개관
○ 정명근 화성특례시장 “제암리·고주리 학살사건을 기억하는 것은 역사적 의무…미래 세대에게 선열들의 정신을 올곧게 전하겠다”
화성특례시, 제106주년 제암리·고주리 학살 순국선열 추모제 주최
화성특례시는 오는 15일 화성시 독립운동기념관에서 '기억을 넘어 평화로, 희생을 넘어 희망으로'를 주제로 제106주년 제암리·고주리 학살 순국선열 추모제를 주최한다. 시는 매년 4월 15일, 제암리 및 고주리 일대 등에서 학살 희생자 29인을 기리는 추모제를 개최해왔다.
올해 추모제는 3부로 나뉘어 진행된다. 1부에서는 고주리 6인 순국묘역터(덕우공설묘지)와 제암리 23인 순국묘역을 차례로 참배하며 순국선열들의 넋을 기린다.
2부 본행사는 오후 3시, 화성시독립운동기념관 야외 잔디마당에서 거행되는 추모 행사로 막을 연다. 국민의례를 시작으로 추모영상 상영, 유공자 표창, 정명근 화성특례시장 추모사, 유가족 대표와 주요인사의 기념사가 이어진다. 또한, 어린이합창단과 꿈나래어린이무용단의 추모 공연도 마련돼 추모의 의미를 더할 예정이다.
일제의 총성과 불타는 교회, 그리고 잿더미로 사라진 생명…
제암리와 고주리를 삼킨 1919년 ‘봄의 학살’
올해로 106주년을 맞는 제암리·고주리 학살사건은 무엇일까. 이 사건은 3·1운동 직후 벌어진 대표적인 독립운동 탄압사건으로 일제가 만세시위에 참여한 시민들을 향해 폭력을 얼마나 잔혹하게 자행했는지를 보여준다.
사건은 1919년 4월 15일, 경기도 화성시(당시 수원군) 향남읍 제암리와 팔탄면 고주리 일대에서 발생했다. 일본 헌병대는 3·1운동에 참여한 제암리 주민들을 강제로 불러 모은 뒤 제암리교회 안에 가두고 불을 질렀다. 뜨거운 불길 속에서 탈출하려는 주민들에게는 총격이 가해졌고 일부는 칼에 찔려 목숨을 잃었다. 같은날 인근 고주리에서도 끔찍한 학살이 이어졌다.
학살로 희생된 주민은 총 29명(제암리 23명, 고주리 6명)으로 모두 제암리, 고주리의 독립운동가였다. 민가 30여 채도 불에 탔다.
일본 당국은 사건 발생 직후 현장을 급히 수습하고 외부인의 접근을 통제했으며, 희생자 유족들에게 철저한 함구를 강요했다. 살아남은 주민들은 공포 때문에 가족과 이웃을 잃고도 울음조차 제대로 터뜨릴 수 없었다.
불타버린 마을에서 시작된 증언
해외 선교사들을 통해 일제의 잔혹한 학살이 폭로되다
일제에 의해 은폐될 뻔했던 제암리·고주리 학살사건은 해외 선교사들의 노력으로 국제사회에 알려지게 된다.
특히, 캐나다 출신의 프랭크 스코필드 선교사(한국명 석호필)는 언더우드 선교사를 통해 사건에 대한 소식을 듣게 된다. 이에 스코필드 선교사는 사건 사흘 뒤인 18일 제암리 마을을 직접 찾아가 구석구석을 조사하고 참혹한 현장을 사진으로 남겼다. 스코필드는 수집한 자료들을 바탕으로 학살의 진상을 담은 《제암리 학살 보고서 (The Massacre of Chai-amm-ni)》를 작성해 캐나다 선교부에 보고했다. 이는 일본의 비인도적인 만행을 국제사회에 폭로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스코필드가 작성한 보고서에는 현장의 비통함이 생생히 담겨 있다. ‘한 젊은 과부가 다가와 내 손을 잡고 자기 남편이 어떻게 살해당했는지 눈물을 흘리며 이야기했다.…(중략) 과부와 고아들의 울부짖는 소리가 작은 계곡을 가로질러 들렸다…’ 등 구체적인 장면들이 묘사됐다.
제암리 학살 사건이 국제사회에 알려지면서, 일본에 대한 세계 여론은 급격히 악화됐다. 이를 무마하려던 일본 정부는 학살을 지휘한 아리타 중위에게 무죄 판결을 내리며 사태를 덮으려 했다. 학살을 자행한 일본 군인들 또한 이후 군법회의에 회부되었지만 살인과 방화 혐의에 대해 끝내 무죄 판결을 받았다.
당시 일제의 왜곡과 폭력에 그 누구도 학살에 대한 죗값을 치르지 않았다. 희생자들의 억울한 외침만 꺼지지 않는 불꽃이 되어 유가족들의 가슴속에서 조용히 타올랐다.
주민의 증언과 참여로 세워진‘제암리 3·1운동순국기념관’
망각하려는 일본 정부에 맞서 ‘진실’을 세우다
오랜 세월 동안 제암리·고주리 학살 사건은 언급되지 못한 채 잊혀져 갔다. 그러다 해방 후 1959년 4월, 대통령의 친필이 적혀진 ‘순국기념탑’이 세워지며, 제암리·고주리 학살사건의 희생자들을 기리는 추모가 이뤄졌다.
한편, 1970년 9월 22일에는 제암리 교회 터에 일본 개신교계에 의해 ‘사죄의 교회당’이 완공됐다. 또한, 1982년 순국선열 23인의 합동묘역이 조성됐고 1995년에는 23인 선열을 상징하는 조형물이 설치되기도 했다.
그러다 1990년대 중반에 들어서 조선총독부 청사 철거를 계기로 일제 잔재 청산 움직임이 활발해졌다. 제암교회 또한 이러한 시대적 흐름을 타 복원사업이 추진됐다. 1997년 문화재관리국(현 국가유산청) 주도로 순국기념관 건립 기본계획이 세워지며 제암교회 복원과 새로운 기념관 건립이 시작됐고 이 과정에서‘사죄의 교회당’은 철거됐다. 이후 총 1만7천여㎡에 이르는 제암리 성역단지에 1,300여㎡ 규모의 제암리 3·1운동순국기념관을 비롯해 이 모든 것은 2001년 3월 1일에 완공됐다.
당시 제암리3·1운동순국기념관에는 주민들의 구술을 바탕으로 재현한 그날의 역사를 생생하게 담았다. 학살의 참상을 증언하는 전시물과 영상 역시 모두 지역 주민들의 기억과 참여를 통해 구성됐다. 이는 단순한 과거의 재현을 넘어, 시민들이 스스로 역사를 기억하고 지켜내기 위한 능동적인 실천의 결과다. 국가 주도의 일방적인 기념이 아니라, 시민이 앞장서 일본 정부의 역사왜곡에 맞서 진실을 지켜낸 점에서 더욱 깊은 의미를 지닌다.
학살의 그날 되새기며 작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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