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특별자치도 취재팀] 전라북도의 한 지방의원이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역량강화 연수에 정식 자격 없이 동행한 사실이 드러났다. 해당 연수는 중소벤처기업부가 국비로 지원하는 공공 보조사업으로, 참가 대상은 협회 회원이자 실제 소상공인에 한정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의원이 정식 참가자로 연수 일정을 소화한 것이다.
더불어 연수 경비 중 일부 간식비 영수증에 다량의 주류가 포함된 사실까지 확인되면서, 예산 집행의 정당성과 사업 목적 위배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소상공인협회는 과거 제주도에서 '2022년 소상공인 역량강화 교육'이라는 명목으로 2박 3일간의 연수를 실시했다. 연수에는 도내 자영업자 수십 명이 참여했고, 행사 목적은 경영 역량 제고 및 지역 간 네트워킹, 시장 동향 교육 등이었다. 하지만 이번 연수에 지방의회 소속 A의원이 협회 회원 자격도 없이 동행해 전 일정을 함께한 사실이 드러났다.
협회 측은 "A의원이 시의원이 되기 전에 소상공인협회에 사무국장으로도 활동하며 많은 공헌을 했고, 시의원 당선 이후에는 협회를 탈퇴했지만 배우자가 재가입한 상태"라며, "배우자가 행사에 참여하지 못하는 경우 가족이 대신 참석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본지가 확인한 협회 정관에는 이러한 '가족 대리참여'에 대한 규정이 명시돼 있지 않았고, 협회는 해당 근거가 "자체 조례에 있다"고 설명했으나 관련 조례의 전문을 요청하자 구체적인 조항은 제시하지 못했다.
이와 관련해 법조계에서는 "사적인 운영 규칙은 공공 보조사업의 집행 기준보다 우선할 수 없다"며, 협회의 입장이 보조금 지침을 벗어나는 자의적 해석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또한 전문가들은 시의원의 참여 자체가 해당 보조사업의 집행 지침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소상공인기본법'과 중소벤처기업부의 사업 지침은 보조금 수혜자를 "상시 근로자 수 일정 기준 이하의 실제 소상공인"으로 한정하고 있으며, 행사 참가자는 원칙적으로 협회 등록 회원이어야 한다. 이를 어길 경우, 보조사업 집행 주체는 '보조금관리법'에 따라 환수는 물론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사건을 분석한 A 회계사는 "보조금 사업의 목적은 명확하다.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해야 하는데, 자격 없는 지방의원이 참가했다면 이는 사업 설계 취지 자체를 훼손하는 일"이라며, "단순 동행이라 하더라도 연수의 자격이 부여됐고 보조금이 일부라도 투입됐다면 회계 감사와 책임 추궁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별개로, 본지가 입수한 연수 정산 자료에 따르면 일부 간식비 명목의 영수증에는 다량의 주류가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심지어 한 영수증은 주류만 결제한 내역으로 구성돼 있었다. 중소벤처기업부의 공식 집행 지침은 "보조금으로 주류 구매는 불가하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이를 어길 경우 전액 환수 및 고발 조치가 가능하다.
서울고등법원 2018누70545 판결에서도 보조사업 목적 외 사용(주류 포함)은 환수 및 형사책임 대상이라는 입장을 명확히 한 바 있다. 실제로 과거 유사 사례에서 지역 복지단체가 보조사업 중 주류를 구매한 사실이 적발돼 보조금 환수 및 담당자 형사고발로 이어진 전례도 있다.
행정전문가 B 교수는 "지방의원이 정식 자격 없이 특정 산업군 연수에 참가한 사례는 보기 드물며, 이는 사업 공정성과 회계 투명성을 해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감사원 감찰이나 지방의회 윤리위 차원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비로 운영되는 연수사업에 자격 없는 인사가 개입하고, 술값까지 보조금으로 지출됐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관계 기관의 감사 착수 여부와 후속 조치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전북특별자치도 취재팀
사회2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