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제천시 봉양읍 장평리. 한적한 이 마을이 지금 지역 정치와 행정의 ‘검은 고리’로 주목받고 있다.
시가 최근 ‘적합’ 판정을 내린 태양광 폐 패널 종합재활용 사업의 이면에, 김창규 제천시장의 측근이 깊숙이 개입돼 있었다는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작년 겨울, 지역 폐기물 업계 관계자 A 씨의 증언에서 시작됐다. A 씨는 "폐기물 사업이 있다"며 접근해온 인물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그 사람, 김 시장 캠프에서 선대 위원장을 맡았던 이찬구 씨였다. 처음엔 태양광 얘기는 하지도 않았다. 그냥 '폐기물 사업인데 같이 해보자'라고 했다”며 “처음부터 뭔가 수상했다”고 기억했다.
문제의 사업은 (주)한교개발이 추진 중이다. 이 업체는 지난 3월 4일, 장평리 산 103-1번지를 포함한 7필지에 태양광 폐 패널을 재활용하는 시설을 짓겠다며 제천시에 사업 계획을 제출했다. 시는 서류 보완을 수차례 요구했지만 결국 5월 7일 ‘적합’ 판정을 내렸다.
눈여겨볼 점은 이 사업 부지가 이찬구 씨와 연관된 것으로 지목되는 토지와 겹친다는 사실이다.
주민 반발은 즉각 터져 나왔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적합이냐”는 성토부터 “주민 동의 절차는 형식에 불과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특히 주민들은 인근 단양군 사례를 언급하며 제천시의 처신을 문제 삼는다. 단양군은 과거 폐기물 매립장 사업에서 “주민 뜻에 반하는 사업은 추진하지 않겠다”며 사업을 반려했다. 반면 제천시는 “법적 요건만 갖췄다”며 그대로 밀어붙였다.
지자체의 판단이 정당했다면, 왜 시민들은 수긍하지 않는 걸까. 시민단체 관계자의 말이 의미심장하다. “지역 내 민감한 폐기물 사업에 시장 측근이 사전에 관여하고, 결국 시가 ‘적합’ 판정을 내렸다는 것은 단순한 행정처리가 아니다. 명백히 ‘이권 개입’을 의심할 만한 사안이다.”
이에 대해 이찬구 씨는 “기사에 나온 건 사실이 아니다. 한교개발이라는 회사도 모르고, A 씨와는 그런 이야기를 나눌 사이도 아니다”라며 관련성을 부인했다.
하지만 의문은 여전하다. 사업 초기에 측근이 접근한 정황, 연관된 토지, 반복된 서류 보완 후 이례적으로 빠른 ‘적합’ 판정. 이 모든 것이 단순한 우연일까?
이번 논란은 단순한 환경 사업 논쟁을 넘어, 지방 권력의 도덕성과 행정의 투명성, 그리고 시민과의 신뢰를 다시 묻는 계기가 되고 있다.
적어도 하나는 분명하다. ‘시민이 빠진 개발’은 누구도 설득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