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불볕더위 특보가 이어지는 가운데, 제천시청이 냉방 중에도 출입문을 활짝 열어둔 채 에어컨을 가동하는 등 에너지 절약 지침을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제천시청 본관을 취재한 결과, 7월 25일 오후 기준으로 청사 1층과 2층 복도 양쪽 출입문이 모두 열려 있었고, 그 상태에서 에어컨이 계속 가동되고 있었다. 실내 냉기가 외부로 고스란히 빠져나가는 상황에도 시청은 별다른 조치 없이 냉방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는 정부가 각급 공공기관에 요청한 에너지 절약 정책에 정면으로 반하는 모습이다. 정부는 지난 6월부터 전국 공공기관에 냉방 시 출입문을 닫도록 하고, 여름철 에너지 절감을 위한 '냉방기 문단속'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특히 실내 냉방기 가동 시 외부와의 차단은 기본 수칙으로 강조돼왔다.
시민들의 시선도 곱지 않다. 제천시민 김모 씨(48)는 “밖은 찜통인데 문은 활짝 열어놓고 에어컨을 트는 건 누가 봐도 낭비”라며 “시청이 앞장서서 절약을 실천해야 할 기관인데 오히려 나쁜 본보기를 보인다”고 지적했다.
제천시는 그간 ‘힐링 도시’, ‘친환경 도시’를 표방해왔지만, 정작 청사 운영에 있어 기본적인 에너지 관리조차 지켜지지 않는 모습에 시민들의 비판이 커지고 있다.
에너지관리공단 관계자는 “문이 열린 상태에서 냉방기를 가동하면 에너지 효율이 급격히 떨어지고 전력 낭비로 이어진다.”며 “특히 공공기관은 모범을 보여야 하는 만큼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제천시 관계자는 “현관문 개방은 민원인 편의와 공기순환 등을 고려한 조치였지만, 에너지 절약에 소홀했던 점은 인정한다.”며 “향후 출입문 단속 등 냉방 관리 지침을 철저히 준수하겠다”고 해명했다.
공공기관이 솔선수범해야 할 에너지 절약. 무더위 속 열린 문틈으로 빠져나간 것은 시원한 공기만이 아니라 시민들의 신뢰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