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제천시 김창규 시장의 배우자가 지난 6월 열린 국제행사에서 주최 측의 공식 초청 없이 내빈석에 착석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절차적 정당성’ 논란이 일고 있다. 결혼 발표조차 없는 상황에서, 시장 배우자에게 마치 ‘사모님’ 대우를 제공한 것은 공직사회의 기본을 무시한 처사 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수완 제천시의원은 지난 7월 21일 열린 시의회 하반기 업무보고에서 이 문제를 공식적으로 제기했다. 김 의원은 “시장 배우자는 사인(私人)”이라며, “공식 초청 없이 내빈석에 착석하고, 공무원들이 응대한 것은 명백한 의전 남용”이라고 지적했다.
문제가 된 장면은 지난 6월 7일 제천에서 열린 ‘아시아 체조 선수권대회’ 당시 포착됐다. 김 시장의 배우자가 내빈석에 착석해 경기를 관람했지만, 주최 측 초청 명단에는 이름이 없었다는 것이 김 의원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시장 사모님이 관심을 가져 자율적으로 참석한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지만, 내빈석 배정의 근거와 절차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더 큰 문제는 ‘시장 배우자’가 누구인지, 실제 결혼을 한 것인지조차 시청 내부에서도 명확히 공유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본지가 시청 간부들에게 확인한 결과, 일부 국장 및 과장은 “결혼 여부는 알지 못한다”며 말을 아꼈다. 한 과장은 “공직자라 하더라도 사생활에 해당하는 개인정보까지는 알 수 없다”고 해명했지만, 정작 시에서는 이 ‘배우자’에게 ‘사모님’이라는 공식 호칭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모순이 드러난다.
시민 A씨는 “결혼 발표도 안 했고 법적인 관계도 확인되지 않은데, 시 행사에 내빈으로 등장해 ‘사모님’ 소리를 듣는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며 “시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김수완 의원은 이날 “공직사회는 사적 관계가 아닌, 법적 기준과 절차에 따라 운영돼야 한다”며 “시장의 가족이라도 공적인 행사에 참여하려면 정해진 초청 기준을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런 관행이 반복되면 실무 공무원들이 눈치 보기 행정에 휘말릴 수밖에 없다”며 우려를 표했다.
이번 논란은 다가오는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제천한방엑스포 등 대형 행사를 앞두고 다시금 재발 우려를 키우고 있다. 김 의원은 “사전에 명확한 내부 지침을 마련해 유사한 논란을 막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편, 시 관계자는 “과거에도 시장 배우자가 인사 차원에서 행사에 참석한 사례는 있었다”며 “앞으로 내부 지침 마련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