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단독 둥재 신청 사실 5개월 지나서야 파악...대응 부재 드러나”
“체계적인 범정부 컨트롤 타워 구축하고 외교적 노력 강화해야”
"태권도는 남북 교류를 잇는 남북 공동의 무도&스포츠"
태권도의 유네스코 인류문화유산 등재가 난항을 겪고 있다. 2022년 남북한이 태권도 공동 등재에 합의한 지 2년만에 북한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전통 무술 태권도’라는 명칭으로 유네스코에 단독 등재 신청을 하면서다.
태권도계는 정부의 미온적이고 안일한 대응에 분노하며, 더 이상 태권도 종주국의 위상을 훼손하지 않도록 정부가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꼬여버린 ‘남북 공동 등재’의 실타래
2022년 7월 29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KOREA 태권도 유네스코 추진단 최재춘 단장과 국제태권도연맹(ITF)리용선 총재가 만나 남북 태권도 단체는 태권도의 유네스코 공동 등재를 추진하기로 구두로 합의했다. 이는 남북 화해와 평화의 상징으로서 태권도의 가치를 드높이는 획기적인 발걸음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불과 2년 만에 북한이 독자적인 길을 택하면서 공동 등재의 꿈은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우리 정부가 북한의 단독 등재 신청 사실을 무려 5개월이 지나서야 파악했다는 점이다. 지난 3월, 북한이 유네스코 등재 신청을 했을 당시 대한민국은 ‘한지’의 등재를 추진하고 있어 규정상 다른 유산을 신청할 수 없었다. 이 시기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이 있었다면 충분히 남북 간 소통과 협의를 통해 사태를 해결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는 북한의 움직임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이는 태권도에 대한 정부의 관심 부족과 더불어 외교 채널의 허술함을 여실히 드러낸 사례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태권도계. “정부의 ‘소극적 대응’이 자초한 위기”
‘KOREA 태권도 유네스코 추진단’은 지난달 성명서를 통해 “태권도는 한민족의 뿌리이자 세계인이 함께하는 평화의 문화유산”이라며 “정부의 무능하고 무관심한 태도가 공동 등재를 어렵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범정부적 차원의 대응 컨트롤 타워 부재가 이번 사태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하며, 태권도 등재를 단순히 문화재청의 업무로만 치부하는 안일한 행정 시스템을 꼬집었다.
그동안 태권도 단체와 원로들은 태권도 종주국의 위상을 지키기 위해 자발적으로 노력해왔다. 유네스코 등재의 필요성을 알리고, 남북 공동 등재를 위한 교류의 물꼬를 트는 데 앞장섰다. 그러나 정부의 뒷받침이 없다 보니 태권도계의 노력이 힘을 잃어버리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태권도 공동 등재’를 위한 새로운 로드맵 제시되야...
현재의 난국을 타개하고 태권도 종주국의 위상을 확립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가 절실하다.
첫째, 범정부 차원의 컨트롤 타워를 구축해야 한다.
문화체육관광부, 외교부, 통일부 등 관련 부처가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전담팀을 구성하여, 태권도 유네스코 등재를 위한 종합적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단순히 ‘한지’ 등재를 우선순위에 두는 방식이 아닌, 장기적인 관점에서 국가의 무형문화유산을 관리하고 등재를 추진하는 체계적인 시스템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둘째, 북한과의 외교적 대화 채널을 복원하고 적극적인 설득에 나서야 한다.
태권도는 남북한 모두의 자산이므로, 공동 등재가 갖는 상징적 의미와 가치를 북한에 다시 한번 강조해야 한다. 유네스코 등재 제도상 한 국가가 먼저 등재 신청을 한다고 해서 배타적인 권리를 갖는 것이 아니므로, 공동 등재를 위한 협의를 재개할 여지는 충분하다.
셋째, 태권도의 가치를 전 세계에 알리는 홍보 및 학술 연구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KOREA 태권도 유네스코 추진단’과 같은 민간 단체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태권도의 역사적 가치와 철학을 학문적으로 조명하는 연구를 장려해야 한다. 이를 통해 태권도 종주국으로서의 정통성과 위상을 국제사회에 확고히 각인시켜야 한다.
태권도 유네스코 등재는 단순히 문화적 성과를 넘어, 남북 평화와화합을 위한 중요한 발판이 될 수 있다. 정부가 지금이라도 태권도계의 절박한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 태권도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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