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를 이어가는 해안도로를 따라 마지막으로 닿는 마을은 대진항 포구다. 조용한 항구의 모습과 깨끗한 백사장은 그 위쪽으로는 휴전선으로 가로막혀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아쉬움 때문에 더욱 아름답게 보인다. 명태의 주산지로 알려진 이곳은 북녘 땅을 바라보는 아쉬움을 푸른 등대의 불빛에 담아 보낸다. 마을 끝 바다로 향하는 방파제에는 새하얀 모습으로 높게 솟은 등대가 있다. 31m의 큰 키를 자랑하는 모습이 조금이라도 더 멀리 보려고 까치발을 드는 안타까운 사람의 뒷모습을 닮았다.
최북단의 유인등대이자 저진도등대를 원격 관리하는 곳이다. 저진도등대는 북방 한계선을 따라 움직이는 어선들에게 보이지 않는 경계선을 알리는 두 개의 표시등이다. 대진등대는 불을 밝히는 최상층의 조명실을 제외하고 일반인에게 개방되어 있다. 나선형 계단을 올라 바라보는 경관은 평화로운 동해 바다와 한눈에 들어오는 북녘의 땅. 당장이라도 달려갈 수 있을 것 같은 언덕 저편은 50년을 다가가지 못한 아름다운 우리 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