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 살을 파먹는 ‘신세계 나사벌레(New World Screwworm)’가 미국에서 처음으로 인간에게서 발견돼 충격을 주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24일(현지시간) “미국 메릴랜드에서 나사벌레 인체감염 사례가 보고됐다”며 “과테말라에서 입국한 환자에게서 확인된 것”이라고 전했다.
나사벌레는 성충이 사람이나 동물의 피부에 알을 낳으면 수백 마리 구더기가 부화해 숙주의 피부를 갉아먹는다. 구더기가 목재에 나사를 박듯 피부 속으로 파고들어 ‘나사벌레’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른바 ‘나사벌레 감염증’은 방치할 경우 숙주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치명적 질환이다.
이번 사례는 이미 축산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소고기산업 단체 ‘비프 얼라이언스’는 지난 20일 관계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미국 내 첫 인체감염이 확인됐다”고 알렸다. 이 단체는 개인정보 보호 문제로 추가 정보를 공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메릴랜드주 보건부는 관련 논평을 거부했다. 베스 톰슨 사우스다코타주 수의사 총장은 “CDC는 처음부터 정보를 공유하려 하지 않았다”며 “상황을 알리려면 우리가 직접 요청해야만 했다”고 비판했다.
나사벌레 감염증은 2022년 중앙아메리카에서 확산되기 시작해 작년 말에는 멕시코에서도 발생했다. 미국 축산업계는 이번 발견을 계기로 ‘수십 년 만의 재확산’ 가능성에 긴장하고 있다.
앞서 지난 15일 브룩 롤린스 미국 농무장관은 7억5천만 달러(약 1조400억 원)를 투입해 텍사스에 불임 나사벌레 생산 공장을 건설, 대규모 방생으로 확산을 막겠다고 밝혔다.
미국은 20세기 중반에도 같은 방식으로 나사벌레를 박멸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첫 인체감염 확인으로, 한 세대 만에 다시 ‘살 파먹는 벌레’의 공포가 미국 전역에 엄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