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을 불과 세 시간 앞두고 “한국에서 숙청이나 혁명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다”며 한국 정부를 겨냥한 폭탄 발언을 쏟아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오전 백악관에서 행정명령 서명 직후 기자들과 만나 “한국의 새 정부가 교회를 급습하고 미군 기지에까지 들어가 정보를 빼갔다고 들었다”며 “아주 잔혹한 방식으로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곧 새 대통령(이재명 대통령)을 만나 확인하겠다. 그런 일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도 “WHAT IS GOING ON IN SOUTH KOREA? (한국에서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가?) 숙청이나 혁명처럼 보인다”고 적었다. “우리는 그것을 받아들일 수 없고, 그런 상황에서는 사업도 할 수 없다”고도 덧붙였다.
이 발언은 최근 경찰의 전광훈 목사 수사 및 사랑제일교회 압수수색, 특검의 오산공군기지 압수수색과 맞물려 윤석열 전 대통령을 비호하고 이재명 대통령을 반미로 몰아가는 극우 진영의 주장과 궤를 같이한다는 점에서 논란이 더욱 거세다.
정부는 곤혹스러운 분위기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국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전략 차원으로 본다”며 “대통령과 협상팀을 믿어달라”고 진화에 나섰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 역시 “트럼프가 ‘한국이 쉽게 물러서지 않는다’는 보고를 받은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여야의 반응은 극명하게 갈렸다. 민주당은 “대한민국 헌정질서를 모독한 발언”(박홍근 의원)이라며 강하게 반발한 반면,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이 정권의 독재적 국정 운영이 결국 국제사회에서 ‘숙청’으로 보인다”(나경원 의원)며 트럼프 발언을 맞받아 국내 정치 공세에 활용하는 모양새다.
정상회담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돌출 발언으로 협상 판을 흔드는 특유의 ‘벼랑 끝 압박 전술’을 구사했다는 해석이 나오지만, 동맹국 대통령을 향한 ‘숙청·혁명’ 발언이 노골적으로 공개된 것은 전례 없는 일로 파문이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