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경현 구리시장이 직권남용 및 직무유기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전직 공무원의 고소로 시작된 이번 사건은 교통영향평가 심의 결과를 의도적으로 지연·유보했다는 의혹을 핵심으로 한다.
지난 26일 백 시장은 경기도북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에 출석해 장시간 조사를 받았다. 고소인 A씨는 구리시 전직 담당 공무원으로, 구리아이타워 사업 과정에서 시장의 부당한 지시를 견디다 못해 정년 5년을 앞두고 퇴직한 뒤 지난 1월 고소장을 제출했다.
핵심 쟁점은 교통영향평가 심의 결과를 법정 기한 내 통보하지 않은 점이다. 교통영향평가 지침 제27조에 따르면 심의 후 7일 이내 사업자에게 ‘원안의결·수정의결·보완’ 중 하나를 통보해야 한다. 그러나 구리시는 ‘수정의결’로 결정된 사안을 시장의 지시로 ‘유보’ 처리하며 현재까지 사업자에게 결과를 통보하지 않았다. 법률 전문가들은 “이는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및 직무유기에 해당할 소지가 크다”고 지적한다.
더욱 논란이 되는 점은 구리시가 이 사건과 관련해 변호 비용을 시 예산으로 지원하려 한 부분이다. 구리시는 지난 8월 13일 시정조정위원회 서면심의를 통해 ‘구리아이타워 건립사업 직무관련 형사사건 공무원 변호비용 지원’ 안건을 의결했다. 그러나 「구리시 고문변호사 운영조례」는 정당한 직무 수행 중 발생한 사건에 한해 변호 비용 지원을 허용한다. 이에 시민단체들은 “시장 본인의 직권남용 의혹 방어를 위해 세금을 사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한편, 민간사업자는 교통영향평가 심의가 ‘수정의결’로 끝났음에도 2년 넘게 결과 통보를 받지 못해 수백억 원 규모의 손실을 입었다고 주장하며, 향후 민사소송까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근 주민들 또한 “지역 발전을 가로막은 시장의 불법행위에 대해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