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모친과 두 딸이 함께 추락해 숨지는 비극이 벌어졌다. 한 가족이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생을 마감한 사연은 아직 베일에 싸여 있다.
사건은 지난 26일 밤 9시 30분쯤 발생했다. 등촌역 인근 12층 오피스텔에서 40대 어머니와 10대 딸 두 명이 차례로 추락했고, 이들은 모두 끝내 숨졌다. 구급대가 급히 달려왔지만 어머니와 딸 한 명은 이미 숨져 있었고, 다른 딸도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소생하지 못했다.
현장에서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다만 집 안에 남겨진 것은 채무와 관련된 메모. 경찰은 “타살 흔적은 없다”고 밝혔지만, 이들이 실제로 생활고에 시달렸는지는 확인 중이다. 어머니는 남편과 별거 중이었고, 두 딸은 학교와 일상 속에서 또래와 크게 다르지 않게 지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등록상 주소도 다른 지역이었지만, 결국 머무를 곳은 이 작은 오피스텔뿐이었다. 벽 하나, 창문 하나가 이들의 마지막 버팀목이었던 셈이다.
경찰은 남편이자 아버지를 불러 경위를 확인하는 한편, 고인들의 휴대전화를 분석하며 사건의 퍼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이미 세 생명은 세상을 떠났고, 남겨진 건 빚을 암시하는 메모 한 장뿐이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사건 기록으로 남기에는 너무나 큰 질문을 던진다. 무엇이 한 가족을 함께 절벽 끝으로 내몰았을까. 끝내 잡아주지 못한 사회의 빈틈이 더 큰 아쉬움으로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