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불교조계종 중앙징계위원회가 9월 1일 회의를 열고 제9교구 본사 동화사 주지 혜정 스님에 대해 직무정지 징계를 의결했다. 이날 회의에는 위원장인 총무원장 진우 스님을 제외한 재적위원 8명 전원이 참석해 만장일치로 결정이 이뤄졌다.
징계 사유는 △총무원의 특별감사 4차례 거부 △팔공총림 지정 해제 결의와 관련해 총무원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점 두 가지가 핵심이다. 중앙징계위원회는 이미 7월 23일 징계 논의를 개시했으며, 혜정 스님은 8월 19일 위원회에 출석해 구두로 참회의 뜻을 밝혔지만 감사 거부와 소송 문제에 대해서는 설득력 있는 소명을 내놓지 못했다.
징계위는 한 차례 참회와 소명 기회를 더 부여했으나, 동화사 측은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오히려 소송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아 중재에 나선 교구 인사들조차 설득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총무원장을 상대로 한 가처분 소송이 각하되자 동화사 측은 항고를 취하했지만, 본안 소송은 여전히 진행 중인 상태다.
징계 과정에서 동화사 전직 교구장이 “문서견책으로 징계를 낮추면 본안 소송을 취하하겠다”는 거래를 제안했다는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졌다. 총무원 관계자는 “전원 찬성으로 직무정지가 결정됐다”며 “모든 위원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혜정 스님 개인의 의사보다는 의현 스님의 강한 영향력에 주목하며, 직무정지 조치만으로는 사태 해결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주지 법민 스님이 종무행정을 이어받게 되었지만, 의현 스님의 막강한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이에 일부에서는 총무원이 직무대행을 파견해 객관적인 조사와 진화를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조계종에서 교구본사 주지가 직무정지 처분을 받은 것은 이번이 세 번째 사례다. 앞서 2020년 고운사 주지 자현 스님과 2023년 해인사 주지 현응 스님이 각각 직무정지 징계를 받았다.
조계종은 오는 9월 10일 열리는 제235회 임시 중앙종회를 기점으로 동화사 특별감사에 착수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사태가 동화사 내부 문제를 넘어 종단 전체의 신뢰와 위상에 미칠 파장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