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서부 해안가에서 발견된 고무보트가 실제 중국인들의 밀입국에 이용된 사실이 드러났다. 해군·해경·경찰이 해안을 지키고 있음에도 경계망이 뚫린 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제주서부경찰서는 지난 8일 오후 6시 30분께 서귀포시 한 모텔에서 40대 중국인 A씨를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긴급 체포했다고 9일 밝혔다. A씨는 전날 중국 장쑤성 난퉁시에서 출발해 90마력 엔진이 달린 고무보트를 타고 8일 새벽 제주시 한경면 용수리 해안에 도착, 밀입국한 것으로 조사됐다. 직선 거리로 약 460㎞를 항해한 것이다.
A씨는 자신을 포함해 6명이 보트에 함께 타고 있었으며, 모두 남성으로 서로 모르는 사이였다고 진술했다. 이들은 중국 브로커에게 수백만 원을 건네고 “돈을 벌기 위해” 밀입국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인원은 제주 도착 직후 각자 흩어진 상태다.
경찰은 A씨가 긴급 체포될 당시 함께 있던 불법 체류 여성도 현행범으로 붙잡았다. A씨는 해당 여성이 과거 제주에서 알고 지내던 여자친구라고 진술했다.
앞서 같은 날 오전 주민 신고를 받고 출동한 제주해경은 용수리 해안 인근에서 고무보트를 발견했다. 보트에는 유류통 12개, 구명조끼 6벌, 중국산 식량, 낚싯대 등이 실려 있었고, 중앙에는 위성항법장치와 조종간까지 갖춰져 있었다.
문제는 해당 지역에 해안 초소가 없다는 점이다. 제주 해안 경계 임무는 경찰청 해안경비단이 맡고 있지만, 2023년 의무경찰 폐지 이후 대부분의 초소가 철수됐다. 현재는 일부 지역에만 열영상감시장비(TOD)를 통한 감시가 이뤄지고 있어, 이번처럼 장비와 해무를 이용한 밀입국에는 사실상 무방비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경찰과 해경은 나머지 중국인들의 행방을 쫓는 한편, 밀입국 경위와 브로커 조직 연계 여부를 수사 중이다.
한편 지난 3월에도 중국 산둥성에서 30마력 엔진 고무보트를 타고 인천 옹진군으로 밀입국하려던 중국인 남녀 2명이 붙잡힌 바 있어, 해상 밀입국 시도가 반복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해안 경계 강화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