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태말뚝버섯
의정부 천보산은 해발 423m로 높지 않지만, 숲길을 따라 걷다 보면 사계절의 표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산이다. 특히 가을은 천보산이 가장 풍성해지는 계절인데, 청명한 하늘 아래 산책로를 덮은 낙엽 사이로 버섯들이 얼굴을 내밀며 또 다른 풍경을 만들어낸다. 이번에 만난 노란 망사 모양의 망태버섯은 숲에서 흔히 보기 힘든 신비한 종으로, 곤충을 불러 포자를 퍼뜨리는 독특한 방식으로 살아간다. 갈색 갓이 움푹 들어간 젖버섯류와 아직 갓을 펴지 않은 어린 흰 버섯도 발견할 수 있었는데, 이들은 식용 가능성이 있는 종부터 맹독성 광대버섯류까지 다양해 섣불리 다가서기보다는 관찰로 즐기는 것이 안전하다. 천보산의 가을은 이렇게 작은 생명들의 이야기가 어우러져 더 특별하다. 버섯은 숲의 건강을 보여주는 지표이자, 가을 산행의 은근한 즐거움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