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끼는 땅과 나무, 돌 틈 어디서나 자라며 가장 원시적이고 강인한 생명력으로 주목받는다. 뿌리가 깊지 않고 흙이 없어도 습기와 그늘만 있으면 스스로 자리를 잡아 퍼져 나가며, 도시의 회색 벽이나 숲의 돌담을 초록빛으로 물들인다. 작은 잎들이 빼곡히 모여 만들어내는 카펫 같은 질감은 자연스러운 장식 효과를 주어, 인공적인 환경에서도 쉼과 생기를 불어넣는 존재로 사랑받는다.
또한 이끼는 단순한 녹색 식물이 아니라 생태계의 중요한 일원이다. 습기를 머금어 주변 생물들에게 수분을 공급하고, 곤충과 미생물의 서식처가 되며, 토양 침식을 막는 데 기여한다. 최근에는 정원 디자인과 건축 자재에도 활용되며 ‘친환경적이고 지속 가능한 녹색 인프라’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겉으로는 작고 소박하지만, 그 안에는 오랜 시간 자연과 공존해 온 지혜가 담겨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