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21 통신=추현욱 ] 통일교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국민의힘 권성동(강릉) 국회의원의 구속이 17일 새벽에 결정되면서 권 의원이 정치인생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강원정치권의 5선 중진인 권 의원이 구속됨에 따라 차기 지방선거를 9개월 앞둔 강원 보수 진영에 거센 후폭풍이 불가피해졌다.
권 의원은 이날 법원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해 "참담한 심정"이라며 "문재인 정권 때 검찰 탄압 수사가 생각난다. 무리한 수사, 부실한 구속영장 청구, 정치권력과의 이해관계가 얽혀있다는 점에서 문재인 검찰이나 이재명 특검은 동일하다. 그때도 결백했고 이번에도 결백하다"고 주장했지만, 구속을 피하지 못했다.
헌정사상 처음으로 역대 대통령 부부가 동시에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어 '친윤(윤석열)계 맏형'으로 불렸던 권 의원까지 구속되면서 야권에 미칠 파장도 만만치 않은 분위기다.
국민의힘은 친윤 핵심 의원인 권 의원이 구속되자 특검 수사가 야당 의원 개개인으로 확산할 가능성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다. 강원 정치권 역시 이번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통일교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는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전격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남세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7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는 권 의원에 대해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검팀은 지난달 28일 권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권 의원은 대선을 앞둔 2022년 1월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받은 혐의를 받는다. 특검은 권 의원이 이 돈 외에도 추가로 정치자금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구속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법원(서울중앙지법 남세진 영장전담 부장판사)은 이날 영장실질심사를 통해 권 의원에게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
권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지난 11일 국회 본회의에서 여당 주도로 통과됐다. 법원이 구속 영장을 발부하면서 권 의원은 구치소에 수감돼 정식 입소 절차를 밟게 된다.
권 의원의 구속은 차기 지방선거를 9개월 앞둔 강원 보수 진영에도 치명적인 '악재'가 될 전망이다.
권 의원은 강원 보수 진영의 상징적 존재이자 다선 중진으로, 지역 조직 관리와 선거 전략에서 핵심적 역할을 맡아왔다.
그러나 구속이 현실화되면서 강릉을 비롯한 강원 전역에서 보수 진영의 결집력이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윤석열 정부와 통일교 간 정교 유착 의혹의 중심 인물로 낙인찍혀 정치적 타격은 물론, 중도층 이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정치권의 시선이다.
지역 내 차기 공천 구도도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권 의원은 영동지역 보수 중심축인 강릉지역에서 막강한 입지와 영향력을 보여온 인물이다.
지난 2020년 실시된 21대 총선 당시 미래통합당 공천에서 배제된 권 의원이 탈당하자 강릉지역 도·시의원 10명이 권 의원을 따라 탈당하기도 했다.
그만큼 권 의원의 부재는 후계 구도를 둘러싼 권력 다툼을 촉발하고, 자칫 분열로 이어질 경우 보수 진영의 선거 경쟁력은 급격하게 약화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와는 반대로 더불어민주당 등 범여권은 이번 권 의원의 구속을 집중적으로 공략, 강원지역에서 세력을 확장하면서 정치 지형 전환을 노릴 것으로 예상된다.
검사 출신인 권 의원은 강릉을 지역구로 2024년 22대 총선 당시 5선에 성공한 도내 최다선 국회의원이다. 강원 정치권 내 '5선 의원' 탄생은 1978년 10대 총선 이래 46년 만이었다.
내리 5선 가도를 달리는 동안 22대 대선에선 정권 교체에 크게 기여하며 정치적 입지가 더욱 강화됐다.
그 이후 권 의원은 강원국회의원협의회장으로 활동하면서 예산 정국 때마다 강원 여야 정치권 '원팀' 구축을 지원, 정부 예산안에 미반영된 강원 주요 현안 예산이 국회 심의 과정에서 추가 반영되거나 증액되는데 역할을 했다.
그러나 이날 권 의원의 구속으로 강원 주요 현안 해결에 차질이 우려된다.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국회 심사가 본격화된 시점에선 강원 국비 확보에도 빨간불이 켜질 수 밖에 없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도국회의원협의회장으로서 예산정책협의회를 주도적으로 이끌어야 할 위치에 있지만, 법적 절차에 들어갈 경우 핵심 가교 역할 수행에 어려움이 클 수 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강릉 지역구 5선 의원의 구속 소식이 알려지면서 강릉 지역사회는 크게 술렁이고 있다. 특히, 강릉 지역 가뭄 사태 장기화로 국가재난사태까지 선포된 상황에서 지역구 의원인 권 의원의 구속은 여러모로 악재가 되고 있는 분위기다.
강릉 지방권력의 경우, 시장부터 도의원, 시의원 등 강릉 지역 권력추가 국민의힘에 급격하게 쏠려있는만큼 강릉 야권은 당혹스러운 분위기가 역력하다.
가뭄 사태 이후 강릉은 차기 지선을 앞둔 여야 정치권에 최대 격전지로 급부상했고, 권 의원이 구속되면서 여야 정치권의 시선은 강릉으로 다시 모아지고 있다.
가뭄 장기화에 이재명 대통령을 비롯해 여당 대표, 행정안전부·환경부 장관 등 정부·여당 인사들은 잇따라 강릉으로 향했다.
앞서 지난달 30일에는 이재명 대통령과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 더불어민주당 허영(춘천·철원·화천·양구 갑) 의원이, 지난달 26일에는 민주당 정청래 당대표와 도연고 김병주 최고위원, 송기헌(원주 을) 의원 등 집권 여당 인사들이 대거 강릉을 찾았다.
지난 11일에는 한병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이 강릉시청에서 가뭄대응 예산협의 간담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이에 맞서 국민의힘 역시 장동혁 당대표를 비롯한 당지도부가 지난 9일 강릉을 방문하며 여권의 '강릉행'에 맞불을 놓기도 했다.
여야 정치권이 앞다퉈 강릉을 방문한 것에 대해 정치권은 "지역 최대 현안인 가뭄 사태에 대한 주도권 잡기가 아니겠느냐"며 "현안 주도권을 누가 선점하느냐에 따라 민심은 크게 뒤바뀔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권 의원도 여권이 강릉 지역에 재난사태 선포를 공식화하는 등 현안 주도권을 선점하려고 하자 SNS 논평을 발표하는 등 민심을 지키기 위한 방어전에 나섰다.
또, 지난 13일 강릉지역에 52일 만에 단비가 내리자 오봉저수지 현장을 직접 방문, 현장을 점검한데 이어 도움을 주고 있는 국민, 군·소방 당국, 공무원 등에게 감사 인사를 전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강원 강릉지역 민심을 둘러싼 여야 정치권 간 치열한 구애전 가운데 이번 권 의원의 구속이 강릉 지역 민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권 의원은 검찰 출신으로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민정수석실 법무비서관으로 일하다 2009년 재·보궐선거를 통해 등원한 MB계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선 탄핵소추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20대 대선에선 윤 전 대통령의 정치 입문부터 당선까지 선봉에서 정권 교체를 견인, '윤 정부 개국공신'으로서 정치적 입지를 견고히 했다.
이후 권 의원은 국민의힘 원내대표, 당대표 권한대행, 비상대책위원장 직무대행 등으로 활동하며 '당·정 단일대오'를 기조로 한 보수 결집에 앞장서 왔다.
하지만 권 의원은 12·3 비상계엄 사태로 구속된 윤 전 대통령과 함께 구속돼 재판을 받게 되면서 정치적 위기에 봉착했다. 권 의원은 강릉이 외가인 윤 전 대통령과 오랜 친구 사이로, 윤 전 대통령의 현실정치 입문을 이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