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사진=KBS뉴스영상캡쳐]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현 정부 외교·안보 라인을 강도 높게 비판하며 인적 개편을 요구했다. 그는 한미동맹을 절대시하는 ‘동맹파’를 “대통령이 앞으로 나가지 못하게 붙드는 세력”이라고 규정하고, 남북관계를 중심에 둔 ‘자주파’의 노선 강화를 촉구했다.
정 전 장관은 25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안보통일자문회의 세미나에서 “대통령 주변에 미국 없이는 아무것도 못 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며 “이런 식이면 문재인 정부 시즌2가 된다. 대통령 측근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통일부를 이끈 그는 “당시에도 대통령 옆에 자주파가 있으면 앞으로 나갔고, 동맹파가 가까이 있으면 아무것도 못 했다. 지금 그 상황이 재현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발언은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위 실장은 외교관 출신으로 대표적 ‘동맹파’로 꼽힌다. 반면 정 전 장관은 이종석 국정원장, 임동원·서훈 전 통일부 장관, 민주당 박지원 의원 등과 함께 ‘자주파’로 분류된다.
정 전 장관은 이재명 대통령의 최근 행보도 언급했다. 이 대통령이 국방비 과잉을 비판한 노무현 전 대통령을 거론한 데 대해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등과 관련해 군 내부의 저항을 드러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안규백 국방부 장관을 향해 “문민 장관이 군을 통제하지 못하면 대통령이 바보가 된다. 군 장악에 더 강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 대통령이 유엔총회에서 밝힌 ‘END(엔드) 이니셔티브’를 비판하며 “비핵화라는 거창한 수사보다 북핵 동결을 선결 조건으로 삼아야 한다. 참모들이 방법론을 제시해야 하는데 그런 준비 없이 멋있는 글자만 만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지도부, 조정식 외교안보통일자문회의 의장, 박윤주 외교부 1차관, 임성남 전 외교부 차관 등이 참석했다. 정 대표는 “지금 필요한 건 실사구시, 국익 중심의 외교”라며 “경제와 안보가 얽힌 난제를 하나씩 풀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남북관계가 부침을 겪지 않도록 국회 차원의 제도적 뒷받침도 논의하겠다. 평화보다 앞서는 가치는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