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한수원, 체코 두코바니 원전사업 계약 ‘이사회 패싱’ 논란
  • 장은숙
  • 등록 2025-10-15 11:43:05

기사수정
  • 26조 원 규모 해외 원전 본계약, 이사회 의결·보고 없이 체결
  • “이사회 생략은 상법 위반 소지… 치적용 조급증 의심” 비판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26조 원 규모의 체코 두코바니 원전 수출 계약을 체결하면서 이사회 의결 절차를 생략한 사실이 드러났다. 한수원은 “규정상 의결 대상이 아니다”는 입장이지만, 2022년 이집트 엘다바 원전 수출 당시에는 이사회 의결을 거쳤던 전례가 있어 ‘이사회 패싱’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권향엽 의원이 14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한수원은 지난 4월 8일 사업심의위원회에서 체코 두코바니 원전(5·6호기) 최종입찰안을 가결한 뒤, 이사회 논의 없이 6월 4일 체코 측 발주사인 두코바니Ⅱ원자력발전소(EDUⅡ)와 본계약을 체결했다. 사업심의위 이후 이사회가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수원의 해외사업 추진 절차는 통상 ‘타당성 검토 → 리스크 검증위원회 → 사업심의위원회 → 이사회 의결 → CEO 결재’ 순으로 진행된다. 그러나 두코바니 사업의 경우 이사회 단계가 생략됐으며, 한수원 측은 “해외수출사업은 투자사업이 아닌 수익창출사업으로, 이사회 의결 대상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한수원 이사회 규정 제5조에는 경영목표·예산, 발전소 건설 계획, 300억 원 이상 비유동자산 취득·처분 등이 의결사항으로 명시되어 있다. 또한 제24호에는 ‘사장 또는 이사회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항’도 포함돼 있어, 내부 요청만 있었다면 회의 소집이 가능했다. 이사회 사무국은 “사업처에서 안건 부의를 요청했다면 받아들였겠지만, 별도 요청이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업계와 정치권에서는 “26조 원 규모의 국가 대형사업을 대표이사 단독 결재로 추진한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상법 제393조 1항은 ‘중요한 자산의 처분·양도, 대규모 재산의 차입 등은 이사회 결의사항’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할 경우 배임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권향엽 의원

한전은 과거 2009년 UAE 바라카 원전 수출 당시 본계약 체결 4일 전 이사회를 열고 안건을 보고했다. 이사회에서는 법·제도적 환경, 인프라 구축, 사업 홍보 계획 등을 논의하며 계약을 승인했다. 반면 한수원은 이번 체코 계약에서 유사한 절차를 생략했다.


권향엽 의원은 “두코바니 원전사업은 한수원이 15년 만에 따낸 최대 규모의 원전 수출이지만, 이사회 의결과 보고조차 거치지 않았다”며 “정부 치적용 성과를 서두르느라 무리한 절차를 밟은 것 아닌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사전심의위원회 위원들은 계약 내용을 검토했지만, 정작 이사들은 사전 검토 기회도, 사후 보고도 받지 못했다”며 “이사회가 사실상 허수아비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원전업계 관계자는 “수익사업이라도 이사회에서 사업성·리스크를 점검하는 것이 정상”이라며 “수익성만 강조하며 이사회를 생략한 것은 내부 견제 기능을 무력화시킨 셈”이라고 말했다.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가장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제천 빨간오뎅 축제 뒤 ‘혈세 공회전’ 논란… 단속차량 수시간 무인 시동 지난달 28일부터 3월 2일까지 충북 제천역 광장에서 열린 ‘빨간오뎅 축제’가 수많은 인파 속에 진행되고 있다. 제천의 겨울 대표 먹거리로 육성하겠다며 제천시가 야심 차게 추진한 행사다.그러나 축제의 화려한 겉모습과 달리, 행사장 주변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행정 운영이 포착되며 ‘혈세 낭비’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2. [단독] 구리시 어르신 행사서 ‘80대 노인 사망’ … 백경현 시장 행보 논란 [구리=전형진·서민철 기자] 구리시 지역 사회를 위해 마련된 어르신 식사 대접 행사가 끝내 인명 사고로 얼룩졌다. 특히 현장에 머물던 백경현 구리시장의 당일 행적과 최근 연이어 터진 고발 사건들이 맞물리며 시장의 시정 운영 능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지난 2월 27일 낮 12시경, 구리시 수택2동에서 새마을부녀회가 주관...
  3. 대통령특별지시사항 적극행정실천(주아르헨티나 한국대사관 동포간담회) 【 대통령특별지시사항적극행정사례-주아르헨티나한국대사관-동포간담회시행및보고】주아르헨티나 한국대사관이재명대통령 특별지시사항 적극행정실천“ KB금융그룹/국민은행의 위법 & 불법행위 (아르헨티나 교민150여명이상, 20여년 피눈물과 고통외면 사건관련 현지 최대민원 특별동포간담회 실시)대통령께 보고되도록 재외동포...
  4. [단독] ‘구리 아이타워’ 심사위원들, 백경현 구리시장 고소… “내부자료 무단 유출로 명예훼손” [구리시=서민철 기자] 과거 구리시 ‘아이타워’(수택동 다기능 주상복합) 건립 사업의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전직 공직자들이, 내부 심사 자료를 언론에 무단 유출하여 자신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백경현 구리시장 등 관계자들을 경찰에 고소했다.  27일 박 모 전 구리도시공사 본부장과 엄 모 전 구리시 행정지원국장은 최근 백경...
  5. 中부자들 바이코리아 열풍. . .‘중한 반도체 ETF’에 자금 몰려 [뉴스21 통신=추현욱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한 한국 반도체주가 강세를 보이면서 중국 증시에 상장된 한국 반도체 ETF(상장지수펀드)가 인기다. 특히 중국에 상장된 ‘중한 반도체 ETF’에 자금이 폭발적으로 몰렸다. 해당 상품은 중국 본토 투자자가 위안화로 한국 반도체 대형주에 접근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공모 ETF..
  6. '법원 재판도 헌법소원 대상'…헌재법 개정안 본회의 통과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2회 국회(임시회) 제8차 본회의에서 재판소원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헌법재판소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찬성 162인으로 가결되고 있다. (사진=네이버 db) [뉴스21통신 =추현욱]  법원 재판을 헌법소원 대상으로 삼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재판소원제법)이 27일 여당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재...
  7. 미 국방부, 엔트로픽을 '공급망 리스크'로 지정…군 계약업체도 사용 금지 [뉴스21 통신=추현욱 ] 미국 국방부가 AI 기업 엔트로픽(Anthropic)을 "공급망 리스크(supply-chain risk)"로 공식 지정하고, 군 계약업체 전체의 엔트로픽 기술 사용을 즉시 금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 전 기관에 엔트로픽 사용 중단을 지시한 직후 나온 이 조치는, AI 이용약관을 둘러싼 정부와 민간 기업 간 갈등이 계약 단절이라는 결과...
역사왜곡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