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의 AI 챗봇 '챗GPT'
생성형 인공지능(AI) 시장의 선두주자로 불리는 오픈AI가 잇따른 논란과 정책 혼선으로 성장세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GPT-5 출시 이후 이용자 감소, 과장된 성과 홍보, 정책 불신이 겹치며 ‘AI 황금기’를 주도하던 기세가 한풀 꺾였다.
앱 분석 플랫폼 앱토피아(Apptopia)에 따르면, 챗GPT 모바일 앱의 10월 글로벌 다운로드 증가율은 전월 대비 8.1%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미국에서는 이용자 체류시간이 7월 이후 22.5%, 세션 수도 20.7% 줄었다. 구글 ‘제미나이’의 급성장과 GPT-5의 모델 특성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오픈AI는 GPT-5의 성과를 자화자찬했다가 오히려 ‘오보 사태’로 비판받았다. 케빈 웨일 부사장은 SNS를 통해 “GPT-5가 수십 년간 풀리지 않았던 에르되시 문제 10개를 해결했다”고 발표했지만, 이는 단순한 논문 검색 결과로 드러났다.
영국 수학자 토머스 블룸은 “GPT-5가 새로 문제를 푼 것이 아니라 기존 논문을 찾아냈을 뿐”이라며 반박했다. 이후 메타의 얀 르쿤 수석,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허사비스 CEO 등 주요 AI 석학들이 “AI가 스스로 만든 환상에 취했다”고 비판하면서 논란은 확산됐다.
GPT-5 발표 당시에도 신뢰 논란이 있었다. 공개 방송에서 성능 비교 그래프가 실제 수치보다 과장돼 표시돼 ‘차트 조작’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샘 올트먼 CEO는 “직원의 단순 실수”라 해명했지만, 성과 부풀리기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이어 유료 구독자들이 기존 GPT-4o에서 GPT-5로 강제 전환되자 “답변이 짧고 창의성이 떨어진다”, “로봇 같다”는 불만이 이어졌다. 결국 오픈AI는 GPT-4o를 다시 선택할 수 있도록 정책을 되돌렸다.
이용자 이탈이 이어지자 오픈AI는 오는 12월부터 성인 인증을 마친 사용자에 한해 ‘성애물(에로티카)’ 콘텐츠 생성을 허용하기로 했다.
샘 올트먼 CEO는 “성인 이용자를 성인답게 대우해야 한다”며 “표현의 자유와 정신건강의 균형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윤리 원칙을 스스로 무너뜨렸다”는 비판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 조치를 성장 둔화를 돌파하기 위한 ‘락인(lock-in)’ 전략으로 본다. 검열 규제에 불만을 품은 이용자들을 다시 공식 서비스로 묶어두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이미 캐릭터AI, 그록(Grok) 등 대체 챗봇으로 옮겨가는 이용자가 늘고 있다.
최병호 고려대 인공지능연구소 교수는 “챗GPT 성장 둔화는 이용자 피로감과 시장 포화의 결과”라며 “오픈AI가 성인용 서비스나 저가형 시장을 검토하는 것도 정체를 돌파하기 위한 시도”라고 분석했다.
그는 “구글 제미나이가 이미지·영상·코딩 등 전방위 영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며 “AI 경쟁은 에이전트, 엔터프라이즈, 로봇 등 새로운 무대로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