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남구, 대한민국 대표 체험・체류형 관광 거점도시 구현!
[뉴스21 통신=최세영 ]울산 남구(구청장 서동욱)가 추진 중인 ‘남부권 광역관광 개발사업(장생포 고래마을 관광 명소화)’이 주요 관광 거점시설들을 확충하며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남구는 지난해 남부권 광역관광 개발사업 1단계의 핵심인 △웨일즈판타지움 공중그네(25년 9월) △장생포 문화창고 경관개선 사업(25년 12월) 완...
재개발 고천나지구 현재 전경
[뉴스21 통신=홍판곤 ]
정조는 '의로운 왕(義王)'이었다. 그는 백성을 사랑했고, 아버지를 그리워했으며, 무너진 나라의 기강을 세우려 했다. 사근행궁에 들렀을 때마다 마음속에 품었던 건 단 하나였다.
"아버지를 배알하고, 백성을 돌보는 그 길이 곧 임금의 도리다."
그 길 위에 오늘의 의왕(義王)이 있다. 그러나 지금, 그 이름의 도시가 한 왕의 뜻을 잊은 채 역사를 표식 하나로만 남겨두려 하고 있다.
사근행궁 터와 3.1운동 기념지 표식
사근행궁터는 현재 고천재개발 구역 내 2,413㎡ 부지에 포함돼 있다. 건물이 없는 공지 상태인 이곳은 2025년 11월 착공을 앞두고 있으며, 분양은 같은 해 11월 중순 이후로 계획돼 있다.
고천지구 재개발조합 김학권 조합장은 "해당 구역 내 역사적 의미를 존중해 행궁터 표식은 남기겠다"고 밝혔지만, 복원은 고려되지 않은 상태다. 당초 공원형 제공 방식으로 진행돼, 그 자리에는 오직 '사근행궁터' 표석 하나만이 역사를 대신할 예정이다.
의왕문화원 부설 지역문화연구소 박철하 소장은 이미 3년 전부터 조합과 복원 필요성을 협의해왔다. 당시에는 행궁의 원위치 복원과 기념공간 조성 논의가 오갔으나, 사업 추진 과정에서 복원안은 빠지고 '표식 보존'만 남는 방향으로 정리됐다. 박 소장은 "행궁은 단순한 표식으로 남을 곳이 아니다. 정조의 효심과 애민정신, 그리고 지역 정체성을 함께 품은 도시의 뿌리이자 기억의 장소"라고 강조한다. 그의 말처럼, 사근행궁 복원은 단순한 건축 재현이 아니라 '의왕'이라는 도시명에 담긴 정신의 복원이기도 하다.
오늘날의 의왕시는 1914년 행정구역 개편 때 의곡면(義谷面)과 왕륜면(旺倫面)이 통합되며 '의왕면(義旺面)'으로 새로 명명된 것이 기원이다. 표면적으로는 행정명칭의 조합처럼 보이지만, 이 이름이 단순한 우연은 아니다. 이 지역은 조선시대 정조대왕의 능행로가 통과하던 길목이었고, 사근행궁이라는 정조의 효심과 애민의 공간이 바로 이곳에 있었다. 그가 이 땅에 머물며 보여준 의로운 통치, 백성을 향한 마음은 오늘의 도시 이름 '의왕(義王)'에 다시 새겨지고 있다.
즉, '의왕'이 정조의 시호에서 직접 유래한 것은 아니지만, 정조의 정신이 남긴 역사적 필연이 만들어낸 이름이라고 할 수 있다. 지명은 우연이 아니라, 땅이 스스로 기억을 품어낸 결과인 셈이다.
사근행궁의 복원은 공상적 구상이 아니다. 1795년의 『원행을묘정리의궤』, 정조의 능행 행렬도를 그린 「시흥환어행렬도」, 1847년 편찬된 『남한지(南漢誌)』, 1937년 일왕면협의회 회의록 등 행궁의 위치·규모·건물 형태를 입증하는 사료가 명확히 남아 있다.
이 기록들은 복원의 구체적 근거이며, 정조의 뜻을 온전히 되살리는 일이 가능함을 보여준다. 단순히 건물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적 사실과 공간의 의미를 되살리는 일이기에, 사근행궁은 충분히 복원이 가능한 유적이다.
불과 35년 전, 수원도 의왕과 다르지 않았다. 일제에 의해 파괴되고 잊힌 화성행궁은 한때 '복원 불가'로 평가받았다. 1923년, 일제가 자혜의원(慈惠醫院)을 신축하면서 행궁 본전(봉수당 등)이 철거·멸실됐고, 그 뒤로 행궁은 60여 년간 잊혀졌다. 그러나 시민의 참여와 학계의 고증, 행정의 결단이 모이며 1989년 첫 삽이 뜨고, 1923년 멸실 이후 정확히 101년 만인 2024년 완전 복원 준공식이 열렸다. 그곳에는 '정조의 꿈'을 함께 일으킨 수원 시민의 자부심이 있었다. 화성행궁의 복원은 단순한 건축이 아니라, 기억을 이어가는 시민 의지의 기념비였다.
'시흥 환어행렬도' 속 사근행궁 구조 도해 및 관련 문헌
정조대왕 행렬_사근행궁을 배경으로 그려진 장면
'의왕(義王)'은 단지 한 왕의 이름이 아니다. 백성을 위하고, 예를 다한 통치의 정신이다. 그 정신이 이 땅의 이름에 남아 있다면, 이제 그 뜻을 실천하는 일은 우리 시민의 몫이다. 사근행궁은 단지 정조의 머묾이 아니라 왕과 백성, 그리고 나라를 잇는 마음의 자리였다. 그 터를 보존하고 복원하는 일은 '의로운 왕의 도시'라는 이름에 걸맞은 역사적 책임이자 도덕적 실천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행정 절차나 예산보다 역사 인식이 있는 시민의 움직임이다. 자신이 사는 도시의 뿌리를 알고, 그 기억을 다음 세대에 잇는 양식 있는 시민들의 연대가 절실하다. 정조가 남긴 '사근(肆覲)'의 정신—예를 갖춰 아버지를 뵙고, 백성을 품던 그 마음은 이제 의왕 시민의 손끝에서 다시 살아날 것이다. 그날, 사근행궁은 더 이상 표석이 아니라 '의로운 왕의 도시'를 상징하는 산 역사가 될 것이다.
[자료 협조]박철하 의왕문화원 부설 지역문화연구소장 / 김학권 고천나지구재개발조합 조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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