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슬란드 (사진=픽사베이)
지구온난화가 가속되는 가운데,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모기 없는 나라’로 알려졌던 아이슬란드에서 사상 처음으로 야생 모기가 발견됐다. 기후 변화로 인한 환경 조건의 완화가 고위도 지역 생태계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1일(현지시간) 미국 과학 전문매체 라이브사이언스(Live Science)는 아이슬란드 수도 레이캬비크 북쪽 크요사르흐레푸르(Kjósarhreppur) 지역의 한 민가 정원에서 암컷 두 마리와 수컷 한 마리의 모기가 포획됐다고 보도했다. 발견 시점은 10월 16일부터 18일 사이로, 발견자는 비외른 힐타손(Björn Hjaltason)으로 알려졌다. 그는 현지 페이스북 그룹 ‘아이슬란드의 곤충(Insects in Iceland)’을 통해 “한눈에 봐도 처음 보는 종이었다. 마지막 요새가 무너졌다”고 밝혔다.
아이슬란드 자연과학연구소의 곤충학자 마티아스 알프레드손(Matthías Alfreðsson)은 이들이 유럽 전역에 서식하는 쿨리세타 안눌라타(Culiseta annulata) 종에 속한다고 확인했다. 이는 아이슬란드에서 공식적으로 보고된 첫 사례다.
과학자들은 아이슬란드가 그간 혹독한 기후 덕분에 모기 번식에 불리한 환경을 유지해 왔다고 설명한다. 긴 겨울과 잦은 동결-해빙 주기로 인해 물웅덩이가 얼고 녹기를 반복하며 알과 유충이 성체로 자라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봄과 가을의 평균기온이 높아지며 이러한 자연적 차단막이 약해졌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영국 런던위생열대의학대학 로버트 존스 교수는 “기온 상승으로 해빙 시기가 길어지고 얼지 않는 고인물이 늘어나면 모기 개체군이 생존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아이슬란드의 생태 경계선이 서서히 무너지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뉴멕시코주립대의 임모 한센 교수 역시 “미국에서도 열대 모기 종이 북상하고 있다”며 “기후변화는 모기 서식 범위 확대의 가장 중요한 변수”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아이슬란드가 여전히 뎅기열이나 치쿤구니야 같은 감염병 위험 지역으로 분류되지는 않지만, “모기 없는 국가의 종말은 지구온난화의 새로운 이정표”라고 평가한다.
아이슬란드는 남극 대륙을 제외하고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모기가 존재하지 않던 나라였다. 이번 발견으로 그 ‘마지막 예외’가 사라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