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필리조선소 / 한화오션 제공
한화그룹이 인수한 필라델피아 조선소가 한미 조선 협력의 상징으로 부상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9일 경북 경주에서 열린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 특별 연설에서 “한국이 인수한 필라델피아 조선소는 전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조선소가 될 것”이라며 “조선 산업을 다시 미국으로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조선소는 한화오션(지분 40%)과 한화시스템(60%)이 지난해 12월 약 1억 달러(약 1433억 원)를 투자해 인수한 ‘한화필리조선소’다. 한화는 공동건조를 통해 인력을 양성하고, 한국의 기술력을 이전해 스마트 야드를 조성하기 위해 총 7조 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직후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 협력도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오션은 핵연료 추진 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는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한화는 “양국 정부에 적극 협조하겠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이어 “첨단 수준의 조선 기술로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며 “필리조선소 등을 통한 투자와 파트너십은 양국의 번영과 공동 안보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단기간 내 핵추진 잠수함 건조가 현실화되긴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필리조선소는 현재 잠수함을 제작하기 위한 실내 도크나 관련 인력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며 “설비 확보와 인력 확충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필리조선소는 그동안 석유화학제품 운반선과 컨테이너선 등 상선을 주로 건조해왔으며, 방산 분야에서는 해군 수송함의 수리·개조 사업을 맡은 바 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한화의 기술력은 우수하지만, 미국의 핵잠수함은 대형급이라 기초연구가 불가피하다”며 “설계 및 사업자 선정 일정을 고려할 때 초도함은 2030년 초에야 진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화오션이 최근 건조한 3000t급 잠수함은 미국의 LA급(6000t 이상), 버지니아급(7800t 이상)에 비해 절반 수준이다. 이에 따라 국내 다른 조선업체와의 공동 설계·건조 필요성도 거론되고 있다.
업계는 이번 핵추진 잠수함 협력이 국내 조선업의 특수선 수출 확대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배기연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한국 조선업체의 직접 투자로 미국 상선 및 군함 시장에서 대체 불가 지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APEC 참석차 방한한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이날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을 방문해 3000t급 잠수함 ‘장영실함’ 등을 둘러봤다. 캐나다는 현재 약 60조 원 규모의 초대형 잠수함 사업을 추진 중이며, 한화오션은 이 사업의 최종 결선 후보로 올라 있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한국과 캐나다의 장기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전환점이 되도록 그룹의 역량을 총결집하겠다”고 말했다. 카니 총리는 방명록에 “세계를 하나로 잇고 지켜내는 훌륭한 기업을 만들어낸 것을 축하한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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