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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어둠의 시대, 동네에서 발견한 '참된 교회'
  • 홍판곤
  • 등록 2025-11-15 15: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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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의왕우리교회와 우성고의 조용한 동행
"어둠을 저주하기보다 촛불 하나를 켜는 것이 낫다."("It is better to light one candle than to curse the darkness.")-우리 사회의 교회가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면, 아마 이런 모습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작지만 강한 실천,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마음을 더 소중히 여기는 태도, 그리고 지역을 밝히는 조용한 동행 말이다.


[뉴스21 통신=홍판곤 ]

한국 사회에서 기독교는 여전히 냉소와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교회다운 교회'를 찾기 어렵다는 말도 흔하다. 그러나 기자가 살고 있는 의왕시에서, 조용하지만 단단하게 지역을 밝히는 공동체를 만났다.


예배당 없이 학교 체육관에서 예배를 드리는 의왕우리교회(담임목사 온기섭)가 바로 그곳이다.

 

의왕우리교회는 매주 토요일 저녁이면 성도들이 모여 학교 체육관에 의자를 하나하나 펼쳐 예배 공간을 만든다. 예배가 끝나는 주일 오후에는 다시 모든 의자를 정리해 원상태로 돌린다.

 

이 과정은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빌린 공간은 더 깨끗하게 돌려줘야 한다"는 교회의 원칙에서 비롯됐다. 교회는 체육관 사용료로 매년 상당한 금액을 부담하며, 이는 교육운영비로 쓰여 학교의 지속 가능한 성장에 보탬이 되고 있다.

 

2023년 7월, 의왕우리교회는 우성고를 운영하는 사학법인 성지학원(이사장 김영섭)의 운영을 맡았다. 교회는 학교의 자율성과 교육철학을 존중하고, 학교는 교회와의 협력을 통해 안정적인 운영 기반을 마련했다.

 

종교가 교육에 개입한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교회는 단 한 번도 전도를 목적으로 내세우지 않았다. 대신 학교가 필요한 부분을 지원하고, 학생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뒷받침했다.

 

일부 학부모들은 운영 주체 변화를 우려하며 한 달가량 매주 일요일 학교 앞에서 피켓 시위를 벌였다. 그 과정에서 이사장이 충격으로 쓰러지기까지 했다. 그러나 투명한 설명과 대화를 거치면서 갈등은 자연스럽게 해소됐다.

 

환경 개선을 추진했다. 우성고 정원과 체육시설은 지난 10월 전면 재정비를 마무리했고, 노후 시설 교체와 교실 환경 점검도 함께 진행됐다.

 

학생 안전과 건강을 위한 조치도 이어지고 있다. 학교는 오는 12월부터 약 3개월간 전 교실 석면 제거 공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는 학생들의 학습환경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결정이며, 지역사회로부터 "가장 필요한 곳에 예산이 쓰인다"는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지역에서는 조용히 이런 말이 들린다.

"우성고가 '이 지역의 삼성', '우성·신성·수성'이라고 불릴 만큼 명문이 된 데에는, 뒤에서 학교와 학생을 위해 매일 기도하는 의왕우리교회가 있다더라."

 

이는 과장이 아니라, 실제로 학교와 학생들을 위해 새벽마다 기도하는 성도들의 존재를 본 이웃들이 전한 말이다. 교육 성취의 배경에 보이지 않는 헌신이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의왕우리교회는 취약계층을 위한 굿윌스토어' 전달, 계절별 생활지원, 주민센터 협력(제1회 고천동 어울림 한마당’ 봉사 지원), 지역사회 봉사(우리동네 페스티벌)등 이런 노력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종교적 확장을 위해서가 아니라, '이웃에게 빚진 존재'라는 마음에서 시작된 활동들이다.


 

이들이 하는 일은 화려하지 않지만, 주민들 사이에서 "조용하지만 믿고 맡길 수 있는 교회"라는 평가가 조금씩 자리 잡고 있다.

 

기자는 의왕우리교회를 취재하며 오래된 문장을 떠올렸다.

"참된 신앙은 조용하다."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증명되는 신앙, 누군가의 삶을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드는 손길, 지역과 함께 울고 웃는 공동체. 의왕우리교회는 바로 그 본질을 잃지 않은 채 묵묵히 제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

 

우리 사회의 교회가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면, 아마 이런 모습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작지만 강한 실천,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마음을 더 소중히 여기는 태도, 그리고 지역을 밝히는 조용한 동행 말이다.

 

"어둠을 저주하기보다 촛불 하나를 켜는 것이 낫다."("It is better to light one candle than to curse the darkness.")는 크리스토퍼 운동이다.

 

크리스토퍼(Christopher)는 그리스어로 "그리스도를 운반하는 사람(Christ-bearer)"이라는 뜻으로, 각자가 자신의 위치에서 빛과 희망을 전하는 사람이 되자는 운동이다.

 

바로 여기, 의왕에서 기자는 오랫동안 잃어버린 줄 알았던 '참된 교회'의 모습을 다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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