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환율 충격 버티기 쉽지 않다”…정유·항공·철강·면세점 ‘비상등’
  • 추현욱
  • 등록 2025-11-19 19:55:32

기사수정
  • 원자재 가격 상승에 불확실성 커져
  • “모니터링 강화하며 유동성 대응”
  • 정부, 중소 제조업체 지원 등 대응 나서

대한항공. [대한항공]


[뉴스21 통신=추현욱 ] 올해 원/달러 환율이 치솟으면서 국내 산업계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

원자재 가격이 오르자 영업이익이 줄어들고, 경제 전반의 불확실성이 커져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19일 오전 11시45분 현재 1465.00원으로 전날(18일)보다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다. 연평균 환율이 외환위기 시기를 넘어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할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기업들도 장기 경영계획을 재검토하는 등 비상이 걸렸다.


항공업계 역시 환율 상승에 큰 부담을 체감하는 업종 중 하나다. 


통상 항공사 영업비용 중에서 가장 큰 약 30%를 차지하는 유류비를 비롯한 항공기 리스료, 정비비, 해외 체류비 등 고정 비용을 달러로 결제한다.


이에 더해 환율이 오르면 여행 심리가 위축되면서 항공 수요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고환율에는 달러로 계산되는 외화환산 손실 규모도 늘어난다.


대한항공의 경우 올해 3분기 말 기준 순외화부채는 약 48억달러로, 환율이 10원 오르면 약 480억원의 외화평가 손실이 발생한다.


대한항공은 환율 대비 통화·이자율 스와프 계약을 맺는 등 일정 부분에 대해 헤지 전략을 실행해 영향을 완화하고 있다.


각 항공사는 고환율 기조가 이어지면서 현재 수립 중인 내년 사업 계획 가운데 환율 대응을 더욱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해운업계에는 고환율 기조가 일부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최근 해상운임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달러 가치가 높아지면서 운임을 원화로 환산할 때 환차익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런 수혜는 유가가 오를 경우 반감될 수 있다.


철강재 생산에 필요한 철광석과 제철용 연료탄 등 원재료를 수입하는 철강 업계도 미국의 50% 부품관세 부과에 환율 급등 부담까지 져야 하는 설상가상 상황에 직면했다.


수입 비용이 늘면 원가 부담이 커지는 데다 글로벌 경기 둔화 속에 철강 수요까지 위축되면서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기 어려운 구조여서 부담이 더하다.


다만, 대형 철강사들은 철강 제품을 수출해 벌어들이는 외화로 유연탄과 철광석 등 주요 원료를 사들이는 ‘내추럴 헤지’를 통해 환율 변동 영향을 최소화하려 대응하고 있다.


강달러에 면세업계도 직격탄을 맞았다. 고환율로 면세 쇼핑의 최대 장점인 ‘가격 이점’은 사라진 지 오래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로 껑충 오르면서 달러 기준으로 제품을 판매하는 면세점의 일부 제품은 백화점보다 비싼 ‘가격 역전’ 현상도 발생했다.


또한 ‘단체 쇼핑 관광’ 중심이던 방한 여행 패턴이 ‘개별 경험·체험 관광’으로 바뀌면서 한국을 찾는 외국인이 먹거리, 문화 체험에 지출을 늘렸고 이에 따라 면세점의 객단가는 더 감소했다.


면세점들은 관광객의 쇼핑 부담을 낮추고자 할인과 쿠폰 발급 행사, 환율 보상 혜택을 강화했고, 관광 트렌드에 맞춰 체험 이벤트를 강화하고 있으나 환율 영향을 상쇄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롯데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은 지난해, 현대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은 올해 각각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또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은 인천공항 임대료로 손실이 커지자 각각 DF1·DF2 권역 사업권을 반납했다.

수입 식품을 판매하는 대형마트들도 대응 방안 마련에 분주하다.

이마트는 연간 수매 계약을 통해 아몬드와 냉동 과일, 올리브유 등 주요 원물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가격으로 조달하고 있다.

수입육의 경우 환율 상승에 따라 시세가 냉장육 중심으로 상승하자, 냉동육 상품을 5~6개월 치 미리 확보해 비축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미국산 소고기 가격이 상승한 점을 고려해 호주산 소고기 매입량을 확대했다. 지난 7월 사전 계약을 통해 호주산 소고기 물량을 작년보다 약 20% 늘렸다.


홈플러스도 고환율 장기화에 대응하기 위해 수입 돈육 판매 전략을 재구성했다. 현재 홈플러스 돈육 판매 비중은 냉장이 90%, 냉동이 10% 수준인데 비축이 가능한 냉동 품목 물량을 늘리고 수입국을 다각화하고 있다.


화장품 업계는 원료를 수입할 때 달러 고환율(달러 가치 상승)에 따른 손해가 예상된다. 달러뿐 아니라 유로 역시 강세여서 타격이 불가피하다.


고환율은 원료 수입에는 타격이지만, 최근 K뷰티 인기를 타고 증가한 수출에는 긍정적인 영향도 있다.

화장품 업계는 고환율 기조가 계속됨에 따라 장기적으로 사업적인 위기 관리책도 마련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환율 변동으로 인한 원재료 가격 인상 가능성에 대해 상황을 면밀하게 확인하고 대응 방안 검토하고 있다”며 “구매처 다변화 및 글로벌 사업 확장 등을 통해 환율 변동 리스크(위험) 관리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패션업계 역시 수입과 수출이 동시에 이뤄지는 만큼 복합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원단을 수입하는 경우 고환율에 다른 비용 증가가 따라올 수밖에 없다.


수출을 주로 하는 제조사개발생산(ODM) 기업은 고환율이 긍정적으로 작용하기도 하지만, 원자재나 물류비 등이 높아지기 때문에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중소벤처기업부. [중기부 제공]

중소벤처기업부도 고환율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특히 철강이나 원유 등 원자재를 수입하는 중소 제조업체의 경우 당장 악영향이 불가피한 상황이어서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을 검토 중이다.

다만, 환율은 거시 경제 변동에 따른 구조적 문제의 영향이 큰 만큼 단기적 해법 마련은 어려운 상황이다.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가장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르포>어둠의 시대, 동네에서 발견한 '참된 교회' [뉴스21 통신=홍판곤 ]한국 사회에서 기독교는 여전히 냉소와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교회다운 교회'를 찾기 어렵다는 말도 흔하다. 그러나 기자가 살고 있는 의왕시에서, 조용하지만 단단하게 지역을 밝히는 공동체를 만났다.예배당 없이 학교 체육관에서 예배를 드리는 의왕우리교회(담임목사 온기섭)가 바로 그곳이다. 의왕우리.
  2. 공무원 사칭 사기 기승… 제천·단양서 연이어 발생 “각별한 주의 필요” 최근 충북 지역에서 공무원 사칭 사기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자영업자와 납품업체들의 주위가 요구되고 있다.최근에는 제천시에 이어 단양군에서도 군청 재무과로 속인 전화금융사기가 실제로 시도됐다.단양군의 한 환경업체 직원 A 씨는 지난 12일, 모르는 번호로부터 부재중 전화를 받은 뒤 다시 연락했다. 상대방은 자신을 “재무과 직...
  3. ‘동네 한바퀴 돌고돌아’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뉴스21 통신=최병호 ]*사진출처-ㅂㄴ구1동 마을교육협의회반구1동 마을교육협의회는 11월 12일(수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동네 한바퀴 돌고돌아’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반구1동의 대표 명소와 전통시장을 체험하는 뜻깊은 시간을 마련했다. 이날 행사에는 인애어린이집, 파랑새생태유치원, 햇살지역아동센터, 나토얀태권도...
  4. 제천시, 지방도 포장공사, 공사 후에도 ‘비포장 수준’…부실시공 논란 충북 제천시 명지동 245-5번지, 662-5번지 일원 지방도 5호선 합류로 구간이 최근 진행된 포장 공사 후에도 도로 표면이 매끄럽지 않고 울퉁불퉁한 상태를 보이며 운전자들의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취재진이 확인한 현장 사진에서는 포장 장비와 덤프트럭이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으나, 공사가 끝난 구간은 새로 포장된 도로라고 보기 어려울 정...
  5. 이재명 대통령, “국가 전체 위한 피해 입은 경기 북부, 문제 신속 처리하겠다” [뉴스21 통신=추현욱 ]이재명 대통령이 경기북부에 집중된 미군 반환 공여지 문제를 적극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가운데 해당 지자체들은 숙원 사업이 해결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보였다. 일부는 더 파격적인 지원책이 제시되지 않은 점에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이 대대통령은 지난 14일 경기 파주시에서 ‘경기 북부의 마음을 듣..
  6. 파주시 단수 이틀여만에 해소…16일 오전 전역 수돗물 공급 재개 파주시청 전경. 파주시 제공지난 14일 시작된 파주지역 단수가 이틀여가 지난 16일 오전 정상화됐다.파주시는 광역상수도관 누수 사고로 교하동, 운정동, 야당동, 상지석동, 금촌동, 조리읍 등지에서 이어졌던 대규모 단수가 16일 오전 11시를 기해 모두 해소됐다고 밝혔다.시는 관로 압력 변화로 일부 지역에서 일시적 탁수 현상이 발생할 가..
  7. ‘참좋은세상 무료급식소’에서 따뜻한 마음이 담긴 11월 배식봉사 활동 [뉴스21 통신=최병호 ]*사진출처-울산서부라이온스울산서부라이온스클럽은 11월 13일(목요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12시 30분까지 남구 봉월로38번길 15에 위치한 ‘참좋은세상 무료급식소’에서 따뜻한 마음이 담긴 11월 배식봉사 활동을 진행했다. 이번 봉사에는 김두경 회장님을 비롯해 정상훈 3부회장님, 고문님, 자문님, 그리고 여.
역사왜곡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