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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면 사찰 화단이나 시골집 오래된 정원 한쪽에서 간혹 상사화 꽃을 볼 수 있다.
이파리 하나 없는 민둥 꽃대에 7~8월 연분홍빛 꽃송이들이 터지고, 그 꽃이 지고 나면 비로소 잎이 난다. 꽃과 잎이 함께 달리지 않는다.

이 식물은 꽃이 필 때는 잎이 나지 않고 잎이 날 때는 꽃을 볼 수 없어, 즉 만날 수 없는 서로를 그리워한다 하여 상사화란 이름이 붙었다 한다.
이런 특이함 때문에 이름도 사연도 여럿이다. 먼저 석산(石蒜, 돌마늘). 꽃이나 잎 없이 꽃대만 있는 모습이 꼭 마늘종 같대서 붙은 이름이다.
꽃무릇 혹은 붉은 상사화라고도 부른다(花葉不相見). 꽃과 잎이 서로 만나지 못하고 서로를 그리워한다 하여 그리 불린단다.
꽃무릇이 사찰 부근에 많은 건, 출가한 스님을 연모하다 상사병에 걸려 죽은 여인이 꽃으로 피어나기 때문이란 전설이 있다.
엄밀히 말해 상사화와 꽃무릇은 다르다. 같은 수선화과에 꽃과 잎이 함께 나지 않는다는 것만 같다. 색깔과 모양이 다르고 생장 시기도 다르며 개화 시기는 9~10월 이다.
상사화는 우리나라가 원산지이며 봄에 난 잎이 여름에 지고 그 뒤 꽃이 핀다. 꽃 색깔은 붉은빛이 감도는 연한 자주색. 줄기 하나에 4~8개가 달린다. 노랑꽃을 틔우는 개상사화(노랑 상사화), 주황 꽃을 틔우는 백양꽃(조선상 사화)도 마찬가지다. 반면 꽃무릇은 일본이 원산지다.
상사화가 질 무렵 피고, 잎은 꽃이 진 뒤 돋아 봄에 시든다. 상사화·백양꽃에 비해 꽃잎보다 꽃술이 훨씬 길고 색깔도 더 붉다. 사찰 부근에 꽃무릇이 많은 것도 뿌리의 방부제 성분 때문이란 설명이 더 그럴듯하다. 즙을 내 탱화나 단청 그릴 때 섞어 쓰면 좀이 슬지 않는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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