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불이여 일어나라/허문규
파란 대문 집
앞 마당에
치마 입은 바지가
망나니의 칼을 휘두르며
주물럭을 요리한다
매운 맛에 절절매고
짠 맛에
바가지로 물쓰는구나
영혼 없는 주인장은
바지의 칼춤에 박수 치고
쓸개 빠진 머슴들은
꼭두각시 놀음에
경쟁하듯 누룩 돼지 되어
줄줄이 엮인
굴비 신세 되는구나
유체이탈 된 주인장은
뒷산 바라보며
문지방 머슴들과
입 맞춤 드러날까
동동거리고
애월의 바지를 원망하며
노기를 털고 있지는 않은지
도심 한복판에 핀
백만 송이 꽃불이
모든 것을 집어 삼킬듯
밤 늦도록 으르렁 된다
성난 꽃불이
지쳐 시들기를 바라는가
정의의 횃불을 든
양심의 외침이
그곳까지 들리지 않는가
냄비 근성 착각마라
꿀 먹은 벙어리로
파도를 잠재우려 하는가
대세는 이미 기울었다
저울질로 하세월이 웬말이냐
진솔한 용서를 토해내고
바삐 칼같은 결단을 내려라
백만 송이 꽃이여
행동하는 양심이여
용서하지 말지어다
그리하여 다시 세우소서
빳빳이빳빳이 빳빳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