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에서 7년간 80억원을 들여 자체 개발한 반도체 제조 부품의 제작기술을 유출한 직원들과 이들이 빼돌린 기술을 이용해 똑같은 제품을 생산한 일본 기업이 경찰에 입건됐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김모(46)씨 등 2명과 반도체 관련 기업인 일본 기업 페로텍의 한국법인 페로텍 코리아를 불구속 입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1일 밝혔다.
김씨는 경기도의 반도체 기업 A사의 협력업체 소속 설계팀장으로 근무하다가 입수한 A사의 반도체 부품 제조설비 설계도면을 외장하드로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가 빼돌린 반도체 부품 제조설비 설계도면은 A사가 2006년부터 7년간 80억원을 들여 자체 개발한 '실리콘 카바이드 링' 제품으로, 반도체 웨이퍼를 절삭하는데 있어 기존 제품보다 수명과 성능이 2~3배 뛰어나다.
A사는 세계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하면서 전 세계 시장 규모 1500억원의 80%를 점유하는 등 2015년 12월에는 산업통상자원부 주관 '대한민국 기술대상'에서 시상하기도 했다.
김씨는 제조설비 설계도면만으로는 페로텍 코리아에서 제품을 생산할 수 없다고 판단, A사에서 해당 제품을 생산하던 신모(37·불구속)씨를 페로텍 코리아에 추천해 지난 2015년 12월 함께 이직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이직과 함께 기존에 받던 연봉 4000만~4600만원 수준에서 5500만~6500만원으로 38~41% 늘어났다.
신씨는 실리콘 카바이드 링 개발자료를 회사 이메일에서 개인 이메일로 보내는 수법으로 유출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이 빼돌린 설계도면과 기술자료는 컴퓨터 파일로 520여개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2016년 11월 사건을 접수하고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페로텍 코리아가 지난해 6월 충청남도 당진에 이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설립한 공장에서 시제품으로 제작한 제품을 압수했다.
페로텍 코리아 관계자는 경찰 조사에서 "경력직으로 채용한 것이지, 이런 사실을 몰랐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김씨 등이 빼돌린 자료에 명시된 A사명을 지우고 페로텍 코리아명을 넣고 사용한 것으로 미뤄 진술의 신빙성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유출 사실을 신고한 A사는 경찰에 "기술 유출로 매출이 줄고 매년 300억원 상당의 피해가 있을 것"이라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국내 기업이 수년간 수십억원을 들여 연구한 핵심기술이 해외로 빼돌려지면 피해기업뿐 아니라 국가 경제에도 큰 손해가 발생한다"며 "앞으로도 도내 기업들의 기술유출 예방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페로텍 코리아는 국내에 공장을 설립하면서 2016년 6월부터 충남도와 당진시로부터 향후 5년간 각각 25억원씩 모두 50억원의 보조금을 받기로 했다. 현재까지 받은 보조금은 12억원이다.
경찰 수사에 대해 충남도는 조사를 벌여 보조금 지급 중단, 환수조치 등 적절한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