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등 상임위원회는 물론 헌법개정·정치개혁특별위원회(헌정특위),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등 여야 합의로 시작된 특별위원회마저 공전을 거듭하는 등 2월 임시국회가 개회 1주일만에 파행하고 있다.
헌정특위는 6일 오전 전체회의를 열었지만 5분 만에 정회했다. 6·13 지방선거에 적용할 지방의원 선거구 획정안에 대한 여야 간사 간 합의 도출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헌정특위는 2월국회가 시작되기 전부터 여러 차례 전체회의를 열었지만 여야는 좀처럼 의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2016년 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분구를 통해 국회의원이 늘어난 지역의 지방의원 정수를 늘려줘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한국당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버텼다. 헌정특위 소속 한 여당 의원은 “야당은 지방선거 판세가 불리한 상황에서 지방의원 정수 확대를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당은 문재인 대통령이 전날 정부 개헌안 준비를 지시한 것과 관련, 설 전에 의원총회를 열고 권력구조를 포함한 당의 개헌 방향을 도출키로 했다. 개헌 논의 주도권을 정부·여당에 빼앗기지 않겠다는 것이다. 정태옥 한국당 대변인은 “대통령의 개헌안 마련 지시는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껍데기 개헌을 하자는 것”이라며 “설 연휴 전에 한국당의 개헌 방향을 제시하는 입장을 밝히고, 구체적 내용이 들어간 개헌안을 3월 중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핵심 상임위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도 파행했다. 민주당 소속 법사위원들은 전날(6일) 강원랜드 채용 비리 수사 외압 의혹에 연루된 권 위원장의 위원장직 사임을 요구하며 회의에서 퇴장했다. 권 위원장은 민주당 법사위원들의 유감 표명을 요구하면서 법안을 처리하지 않겠다고 맞서고 있다.
민주당 간사인 금태섭 의원은 “강원랜드 수사가 외압을 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논란의 중심에 권 위원장이 있다”며 “윤리실천 규범에 따르면 국회의원은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가지는 경우 관련 활동에 참여해서는 안 된다. 권 위원장은 사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당 위원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한국당 간사인 김진태 의원은 “입만 열면 민생 현안을 처리해 달라고 하던 민주당의 회의 거부 행태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느냐, 민주당이 민생을 팽개쳤다”고 비판했다.
권 위원장은 “(수사와 관련한) 압력을 행사한 사실이 없고, (의혹을 폭로한) 안미현 검사의 주장은 허위”라며 법적 대응 의사를 밝혔다. 이어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측근을 통해 후보를 매수하고 국회의원에 당선됐는데, 얼마 전에 슬그머니 혐의가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며 “우 원내대표 먼저 물러나고, 제게 물러나라고 하면 물러날 용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여야 대립이 감정싸움으로 비화되면서 2월 임시국회에서의 법안 처리도 요원해지고 있다. 권 위원장은 ‘법사위 보이콧’과 사퇴 요구에 대한 민주당 의원들의 유감 표명이 없으면 법안 처리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