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막 오르는 日 '레이와 시대'
  • 정을섭
  • 등록 2019-05-01 12:48:44
  • 수정 2019-05-01 13:00:06

기사수정






이웃에 사는 한국인들도 고개를 갸웃할 정도로 일본은 이해하기 쉽지 않은 나라다. ‘왕이 시간을 지배한다’는 전근대적 관념에서 비롯된 연호(年號)를 이어가는 유일한 나라라는 점에서부터 그렇다. 영어로 ‘emperor(황제)’로 표기하는 유일한 대상도 일본 천황이다.


이런 모습은 도쿠가와 막부가 성립된 17세기 이래 면면히 이어져 온 신분사회의 전통을 반영하고 있다. 메이지유신 직전인 에도시대(1603~1867년)의 일본은 사농공상(士農工商)은 물론이고, 지배층인 무사계급 내에서도 신분 차별이 엄격했다. 하급무사는 길에서 상급무사를 만나면 신발을 벗고 길 옆에 엎드려 예를 표해야 했다. 말 못할 차별을 겪은 하급무사들의 신분 상승에 대한 욕구는 ‘존황양이(尊皇攘夷)’의 기치를 내건 메이지유신의 중요 동력이 됐다.


하지만 새로운 근대를 열겠다는 ‘유신(維新)’과 ‘천황제’는 그 자체로 모순적일 수밖에 없었다. 일본 정치가들은 20세기 중반까지 “천황은 현인신(現人神·사람의 모습을 하고 나타난 신)”이라고 주장했고, 이런 시대착오는 태평양전쟁이라는 참화를 불렀다. 패전한 히로히토가 1946년 1월 1일 자신의 신격(神格)을 부정하는 이른바 ‘인간선언’을 발표한 뒤에야 일본인은 자신들이 쓰고 있는 가면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히로히토의 뒤를 이은 아키히토 천황은 ‘평화를 이룬다’는 뜻의 헤이세이(平成)를 연호로 쓴 덕분인지 ‘근현대사에서 처음으로 전쟁을 경험하지 않은 시대’를 이끌었다. 아키히토의 뒤를 이어 내달 1일 즉위하는 나루히토는 1960년생으로 첫 전후세대다. 낮은 자세로 인기를 얻은 나루히토 시대의 연호로 아베 총리는 ‘레이와(令和)’를 선택했다.


아베가 ‘아름다운 조화’라고 풀이한 연호의 뜻대로 일본은 일단 축제 분위기다. 즉위식을 전후한 10일간의 황금연휴가 이번 주말 시작된다. 떠들썩한 분위기의 이면에는 새 시대에 대한 기대와 욕구도 꿈틀댄다. 천황제를 폐지하자고 주장하는 이례적인 집회가 도쿄 중심가 긴자거리에서 열릴 정도다.


레이와 시대 개막을 코앞에 두고 주초 치러진 두 곳의 보궐선거에서는 집권 자민당이 참패했다. 아베의 ‘보궐선거 불패신화’가 맥없이 무너진 점은 만만치 않은 후폭풍을 예고한다. 레이와 시대가 조화가 아니라 갈등으로 치달을 공산이 크다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레이‘와’가 태평양 전쟁을 일으킨 히로히토의 연호 쇼‘와’처럼 우경화 의지를 담고 있다는 주변국의 의구심도 크다. 여기에 아들이 없는 나루히토의 상황도 큰 변수다. 한국이 과거사에 매달려 허송세월하기에는 일본 내의 변화가 너무 가파른 듯하다.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가장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스타필드 빌리지" 파주 운정신도시에 첫선...서울 서래마을 인기 베이커리 카페 ‘아티장베이커스’ 개점 [뉴스21 통신=추현욱 ] 스타필드 빌리지가 파주 운정신도시에 첫선을 보였다.3일 가오픈한 운정점 내부는 파주 시민들의 기대감을 반영하듯 많은 인파로 북적였다. 아이를 둔 젊은 부부가 많이 거주하는 만큼 유모차를 끌고 방문한 고객이 대다수였다. 반려견과 찾은 고객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실제 운정점은 기존 스타필드와 달리 아이 .
  2. 제천 제일장례예식장, ‘지목 전(田)’에 수년간 불법 아스팔트… 제천시는 뒤늦은 원상복구 명령 충북 제천시 천남동에 있는 제일 장례예식장이 지목이 ‘전(田)’인 토지에 십수 년 동안 무단으로 아스팔트 포장하고 주차장으로 운영해 온 사실이 드러났다. 명백한 불법 행위가 십수 년 동안 방치된 가운데, 제천시는 최근에서야 현장 확인 후 원상복구 명령을 내렸다.문제의 부지(천남동 471-31 등)는 농지 지목인 ‘전’으로, ...
  3. 강동구 복지단체 - 취임식과 송년회를 성황리에 마치다 지난 12월1일(월) 강동융복합복지네트워크 [김근희총회장 취임식 및 송년회]가 만나하우스에서 성황리에 치루어졌다. 식전행사로 김희옥(전.송파구립합창단원)의 ‘님이오시는지. 에델바이스’와 최주희가수의 ‘백년살이’ 열창에 이어 손재용 수석부회장의 개회 선언으로 시작된 이 날 행사엔 강동구 이수희구청장. 조동탁구...
  4. [단독]"6년간 23억 벌었는데 통장은 '텅텅'?"... 쇠소깍협동조합의 수상한 회계 미스터리 [제주 서귀포=서민철 기자] 제주 서귀포시의 명소인 쇠소깍 수상 레저 사업이 수십억 원대 '수익금 불투명 집행 의혹'에 휩싸였다. 2018년 행정 당국의 중재로 마을회와 개인사업자가 결합한 '하효쇠소깍협동조합'이 매년 막대한 수익을 내고도, 회계 장부상 돈이 쌓이지 않는 기형적인 운영을 이어온 것으로 드러났다. ◇ 23억 ...
  5. 제천경찰, “술 마시고 운전하면 끝까지 잡는다”… 연말연시 ‘전방위 초강도 음주단속’ 돌입 충북 제천경찰서가 연말연시 음주운전 사고 위험이 커지는 시기를 맞아 내년 1월까지 사실상 ‘전면전 수준’의 초강도 음주운전 단속을 시행한다.경찰은 3일 “제천 전역에서 시간·장소 불문 불시 단속한다”며 “연말 분위기에 기대 운전대를 잡는 어떤 음주 운전자도 예외 없이 적발하겠다”고 강한 경고를 보냈...
  6. 삼동면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취약계층 김장김치 지원 ▲사진제공:울주군청 울주군 삼동면 지역사회보장협의체(공동위원장 한상준, 박두진)가 5일 지역 내 취약계층 가구 70세대에 김장김치를 전달했다.이날 협의체 위원들은 지난 8월에 직접 심어 수확한 배추로 김장김치를 담갔다. 이어 대상 세대를 방문해 김장김치를 전달하며 이웃사랑을 실천했다.한상준 위원장은 “이번 사업이 물가 ...
  7. 울주군보건소, 정신재활시설 좋은친구들 그림책 전시회 개최 ▲사진제공:울주군청 울주군보건소가 지역 정신재활시설인 ‘좋은친구들’이 5일 남구 민간 전시공간에서 정신장애인이 만든 그림책 전시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좋은친구들은 울주군보건소의 지원을 받아 정신장애인의 사회적응력 향상과 창의적 여가활동을 위한 ‘In My Book:마음 엮어 책한권(그림책 창작 프로그램)’을 운.
역사왜곡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