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Élysée – 프랑스 대통령실 공식 페이스북
총리 사퇴와 재임명이 반복되면서 프랑스 정부가 사실상 통치 불능 상태에 빠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마크롱 대통령은 불과 한 달 사이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총리를 임명했다가 사퇴를 수리하고, 나흘 만에 다시 복귀시키는 초유의 결정을 내렸다. 이는 제5공화국 체제에서조차 보기 드문 일로, 대통령이 국회의 신임 기반을 잃은 상태에서 권력 공백을 임시방편으로 메우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최근 몇 년간 프랑스에서는 프랑수아 바유루, 미셸 바르니에, 가브리엘 아탈 등 네 명의 총리가 연이어 교체됐다. 모두 의회 신임 부재와 대통령 중심제의 교착 구조 속에서 임기를 마무리하지 못했다. 마크롱 대통령이 제도적으로 막강한 권한을 지녔음에도 국회 과반을 상실한 이후부터, 정부는 예산·노동·연금 개혁 등 주요 법안 처리를 번번이 좌절당하고 있다.
정치전문가들은 “대통령은 왕처럼 행동하지만 국회를 통제하지 못한다”며, 프랑스의 현재 상황을 ‘권력의 분리’가 아닌 ‘권력의 분열’로 정의한다. 총리 교체는 단순한 인사 문제가 아니라, 제5공화국의 설계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는 신호라는 것이다.
이 같은 정치 불안은 유럽연합(EU) 내에서도 심각한 파장을 낳고 있다. 프랑스가 유럽의 외교·안보 의제를 주도해온 핵심국인 만큼, 브뤼셀과 베를린에서는 “프랑스의 리더십 공백이 유럽 전체의 결정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최근 EU 재정 협상과 국방 공조 논의에서도 프랑스는 중재자 역할을 상실하며 독일·이탈리아 중심의 2축 체제로 무게가 옮겨가고 있다.
유럽 주요 언론은 “프랑스가 더 이상 유럽의 엔진이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경제 성장률 둔화, 국가 부채 증가, 그리고 대통령 중심제의 제도적 피로가 맞물리면서, 프랑스는 정치와 경제 모두에서 장기적인 불안정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내각 재편과 총리 재임명으로 위기 진화를 시도하고 있으나, 국회 내 합의 구조를 복원하지 못한다면 이번 사태는 단순한 내각 교체가 아닌 체제 자체의 위기로 굳어질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