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비만치료제 ‘위고비’가 정신건강의학과, 산부인과, 치과 등 비만과 무관한 진료과에서도 광범위하게 처방된 것으로 드러났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남용 수준의 처방이 환자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며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1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남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위고비는 정신건강의학과 2453건, 산부인과 2247건, 비뇨기과 1010건, 안과 864건, 치과 586건 등 비만과 직접 관련이 없는 진료과를 통해 공급됐다. 진단방사선과와 영상의학과에서도 104건의 처방이 확인됐다.
이 가운데 위고비 투약 후 급성췌장염, 급성신부전, 담석증 등 중대한 부작용 사례가 960건 이상 보고됐다. 급성췌장염 환자는 151명, 급성신부전 63명, 담낭염 143명, 담석증 560명으로 집계됐다. 위고비는 GLP-1 작용제 계열 비만치료제로, 전문의 처방이 필요한 의약품이다.
더 큰 문제는 투약 금지 대상인 어린이와 임산부에게도 처방이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8월까지 만 12세 미만 아동 69건, 임산부 194건의 위고비 처방이 확인됐다. 또 다른 비만치료제 ‘삭센다’ 역시 2021년 한 해 동안 아동 67건, 임산부 179건의 처방 기록이 있었다.
김남희 의원은 “새로 출시된 마운자로 등은 통계조차 잡히지 않는 상황에서 원칙 없는 처방이 이어지고 있다”며 “보건복지부는 비만 주사제의 안전 기준을 명확히 하고, 의료현장 점검과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비만치료제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 중이다.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의원·약국 기준 비만치료제 시장 규모는 2718억 원으로 전년 대비 189% 증가했다. 위고비와 삭센다 등 주요 제품이 수요를 이끌며, ‘생활형 다이어트 주사’로의 오남용 위험도 함께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