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글로벌 이동성과 외교 신뢰도를 상징하는 ‘여권 파워’의 세계 지도가 재편되고 있다.
한국이 세계 2위로 뛰어오른 반면, 미국은 사상 처음으로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영국과 호주 등도 순위가 하락하면서, 과거 서방 중심의 이동 자유 구조가 점차 아시아와 유럽 대륙 중심으로 이동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헨리앤파트너스(Henley & Partners)가 발표한 2025년 4분기 ‘헨리 여권지수’에서 싱가포르가 193개국 무비자 입국으로 1위를 차지했다.
한국은 190개국으로 2위, 일본은 189개국으로 3위를 기록하며 아시아 국가들이 나란히 상위권을 휩쓸었다.
4위에는 독일·이탈리아·룩셈부르크·스페인·스위스(188개국), 5위에는 오스트리아·벨기에·덴마크·핀란드·프랑스·아일랜드·네덜란드(187개국)가 올랐다.
반면 미국은 180개국으로 말레이시아와 공동 12위에 그쳤다. 이는 헨리 여권지수 발표 이래 처음으로 미국이 톱10에서 밀려난 기록이다.
CNN과 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미국뿐 아니라 영국과 호주 역시 10위권 내에서 밀려나며 전통적 강세국들의 약세가 두드러졌다.
영국은 브렉시트 이후 유럽 내 비자 협정이 축소되며 순위가 하락했고, 호주는 아시아·태평양 국가들과의 상호 비자 협정이 지연되면서 점수가 낮아졌다.
반면 한국과 싱가포르 등은 코로나19 이후 여행 회복 과정에서 비자 완화 협정을 적극 추진하며 ‘개방형 외교 전략’의 수혜를 받았다.
2025 헨리 여권지수 순위. 사진=헨리 앤 파트너스 캡처
미국 여권 파워의 하락 배경에는 최근 몇 년간의 외교·정책 변화가 자리한다.
브라질이 지난 4월 미국인 대상 무비자 입국을 철회했고, 베트남·소말리아 등도 유사한 조치를 단행했다.
반면 중국은 유럽연합(EU) 주요국과 상호 무비자 정책을 확대하며 상위권 국가들과의 외교 네트워크를 강화했다.
헨리앤파트너스의 크리스찬 H. 케일린 회장은 “미국 여권의 약세는 단순한 순위 하락이 아니라 세계 이동성과 소프트파워 역학의 근본적 변화를 상징한다”며 “개방성과 협력을 중시하는 국가들이 새 강자로 부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CNN은 “미국은 여전히 강력한 국제 여권을 보유하지만, 이동성에서의 지위는 점점 예전만 못하다”고 평가했다.
타임지는 “자국 우선주의, 이민 규제, 외교 마찰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미국이 상호주의 체계에서 불리한 위치로 옮겨가고 있다”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