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봉산은 한계령을 사이에 두고 설악산과 마주하고 있는 산이다. 설악산이 화려한 산세로 이름을 날리는 반면, 점봉산은 수수하다. 만삭의 여인처럼 불룩하게 솟은 정상부가 그렇다. 그러나 이 산의 품은 한없이 깊고 깊다. 그 깊은 품에서 나무가 자라 숲이 되고, 다시 다른 나무에게 자리를 내주는 천이가 이뤄진다. 이 때문에 점봉산은 ‘활엽수가 이룬 극상의 원시림’이라는 찬사를 받는다. 이 원시림 끝에 점봉산을 넘는 부드러운 고개가 있다. 곰배령이다. 이 고개에서 봄부터 여름까지 들꽃이 어울려 한바탕 축제를 벌인다. 극상의 원시림을 거닐어 만나는 꽃대궐, 여름날의 행복한 추억으로 부족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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