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득어망전(得魚忘筌)
  • 김민수
  • 등록 2021-06-08 14:24:20

기사수정

새것을 잡으려면 쥐고 있는 것은 놓아야 한다. 

하지만 사람의 욕심이 어디 그런가. 움켜진 손으로 뭔가를 또 잡으려는 게 인간이다. 

인간은 놓아야 할 것을 놓지 못해 상처를 입는다. 

자신이 한 말로 스스로를 옭아매고, 베푼 은혜가 되레 서운함이 되어 돌아온다. 

모두 뭔가를 놓치 못한 탓이다. 


사냥을 마친 사냥꾼은 활을 잊고, 물고기를 잡은 어부는 통발을 잊는다.


중국의 전설적인 성군 요 임금이 허유라는 은자(隱者)에게 천하를 물려주려고 했다. 

하지만 허유는 사양했다. “뱁새는 넓은 숲에 살지만 나뭇가지 몇 개면 충분하고, 두더지가 황하의 물을 마셔도 배가 차면 그것으로 족합니다….” 

허유는 이 말을 남기고 기산으로 거처를 옮겼다. 


요 임금이 기산을 찾아가 그럼 구주 땅이라도 맡아달라고 청했지만 허유는 단호히 거절했다. 요 임금의 말로 자신의 귀가 더러워졌다고 여긴 그는 흐르는 물에 귀를 씻었다.


“왜 그리 귀를 씻고 계시오?” 소 한 마리를 앞세우고 가던 소부(巢夫)가 그 까닭을 물었다. 


허유가 자초지종을 말하니 소부가 껄껄 웃었다. 

“그건 당신이 지혜로운 은자라는 소문을 은근히 퍼뜨린 탓이 아니오.” 


그가 물을 따라 올라가자 허유가 물었다. 

“어디를 가시오.” 


소부가 답했다. “당신 귀 씻은 물을 내 소에게 먹일 순 없지 않소.” 


고려 충렬왕 때의 문신 추적이 금언·명구를 모아 놓은 명심보감(明心寶鑑)에 전해오는 얘기다.


장자는 《장자》외편에서 허유 등 권력을 거부한 자들을 소개한 뒤 다음의 말을 덧붙인다. 


“통발은 물고기를 잡는 도구인데 '물고기를 잡고 나면 통발은 잊어버린다'(得魚忘筌). 덫은 토끼를 잡기 위한 것인데 토끼를 잡고 나면 덫을 잊어버린다. 말은 뜻을 나타내기 위한 것인데 '뜻을 얻었으면 말은 잊어버린다'(得意忘言).”


득어망전(得魚忘筌), 물고기를 잡으면 통발은 잊어라. 


득의망언(得意忘言), 뜻을 얻으면 말은 잊어라. 


쓰임이 다한 것을 데리고 다니면 몸도 무겁고 마음도 무겁다. 베푼 은혜를 품고 다니면 서운함이 마음을 짓누르고, 뱉은 말을 담고 다니면 늘 남의 행동거지를 살핀다. 


장자는 “말을 잊은 사람과 더불어 말을 하고 싶다”고 했다. 말을 잊는다는 건 뭔가에 매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뱁새는 나뭇가지에 매이지 않기에 자유롭고, 두더지는 강물에 매이지 않기에 족하다. 취하기만 하고 버리지 못하는 건 반쪽짜리 지혜다.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가장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기자수첩】 선거가 오면 나타나는 사람들, 끝나면 사라지는 정치 지방선거가 다가오고 있다. 도시의 공기는 아직 조용하지만, 정치인들의 움직임은 이미 시작됐다. 한동안 잠잠하던 SNS가 먼저 반응한다.현장 사진, 회의 사진, 시민과 악수하는 장면이 연달아 올라온다. 마치 그동안 도시 한가운데서 살고 있었던 것처럼.하지만 시민들은 기억한다. 그 사진 속 인물들이 평소에는 잘 보이지 않았다는 사실을....
  2. 서산시사회복지협의회 제9대 회장에 장석훈 취임 서산지역 사회복지 민간 허브 역할을 맡아온 서산시사회복지협의회가 회장 이·취임식을 열고 새 집행부 출범을 공식화했다.협의회는 지난 1월 24일 오후 3시 서산시문화회관 소공연장에서 제8·9대 회장 이·취임식을 개최했다. 행사에는 이완섭 서산시장과 성일종 국회의원, 조동식 서산시의회의장, 윤만형 서산시체육회장 등 ...
  3. '민주당 코스피5000특위'…"주가누르기·중복상장 방지법 등 추가 검토" [뉴스21 통신=추현욱 ] 코스피 지수가 22일 장중 5000포인트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코스피5000 특별위원회는 ‘주가 누르기 방지법’과 ‘중복상장 방지법’을 추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오기형 민주당 코스피5000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청와대 초청 오찬을 마친 뒤...
  4. 삼성전자, 갤럭시 공급망 대격변… "중국·대만산 비중 확대, 생존 위한 선택" [뉴스21 통신=추현욱 ]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강자 삼성전자가 자사 플래그십 및 중저가 라인업인 '갤럭시' 시리즈에 중국과 대만산 부품 탑재 비중을 파격적으로 늘리고 있다. 이는 급변하는 글로벌 공급망 환경과 가중되는 원가 압박 속에서 수익성을 보전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급 풀이된다.2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5. 장민영 IBK자산운용 대표…신임 중소기업은행장 내정 [뉴스21 통신=추현욱 ] 장민영 IBK자산운용 대표(62·사진)가 신임 중소기업은행장으로 내정됐다.금융위원회는 22일 이억원 위원장이 장 대표를 신임 중소기업은행장으로 임명 제청했다고 밝혔다. 중소기업은행장은 금융위원장이 제청하고 대통령이 임명한다.장 내정자는 1989년 중소기업은행에 입행한 뒤 리스크관리그룹장(부행장), 강북.
  6. 미국 새 국방전략 “한국, 지원 제한해도 북 억제 ‘주된 책임’ 가능… [뉴스21 통신=추현욱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23일(현지시간) 공개한 새 국방전략(NDS)에서 북한이 여전히 한·미·일에 강력한 위협이라고 규정한 뒤 “한국이 북한을 억제하는 데 있어 주된 책임을 질 능력이 충분하다”고 밝혔다.NDS는 또 이란 핵시설 폭격과 베네수엘라 군사작전을 언급하면서, 다른 국가가 미국의 이..
  7. '부동산 전자계약' 급증...편리한데 금리 혜택까지 [뉴스21 통신=추현욱 ] 지난해 부동산 매매·임대차 전자계약 이용이 전년 대비 2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국토교통부는 지난 한 해 전자계약으로 체결된 부동산 거래가 50만7431건으로 전년(23만1074건)보다 2배 이상 늘었다고 22일 밝혔다. 전자계약 건수가 50만건을 넘어선 것은 2016년 시범 도입 이후 처음이다.특히 민간에서 체결된 ...
역사왜곡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