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초창기 ‘투명한 정부 정보 공개’는 핵심 국정운영 의제 가운데 하나였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지 만 3년이 돼가는 지금, 정보 공개 의제의 성적표는 과연 어떨까. 최근 발간된 한 국제기구 보고서의 평가는 ‘0점’에 가까웠다. 폐쇄적이고 비민주적인 정부 부처의 조직문화가 그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부3.0’이 과연 이 정부에서 추진한 의제인가 싶을 정도로 새삼스러운 이도 많을 것이다. ‘4대 개혁’ 등에 밀려 국민의 기억에서 멀어졌으나 사실 정부3.0은 박근혜 정부가 초창기 ‘새로운 국정운영 비전’으로 전면에 내세운 의제였다. 이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육성을 들어보자. “정부3.0은 그동안 펼쳐왔던 정보 공개의 차원을 넘어 정부의 운영 방식을 국가 중심에서 국민 중심으로 바꾸는 전면적인 패러다임의 전환을 의미합니다.” 2013년 6월 ‘정부3.0 비전 선포식’에서 박 대통령이 축사로 한 말이다. 박 대통령은 “국민을 중심에 두고 개방과 공유의 정부 운영을 펼쳐나갈 때 깨끗하고 효율적인 그런 국정운영이 가능하고, 국민적 신뢰를 바탕으로 국정 과제 추진에 대한 동력도 더 커질 것입니다”라고도 했다. 정부3.0은 ‘3대 전략’과 ‘10대 중점 추진 과제’를 지닌 거대한 의제지만 그 핵심에 ‘정보 개방과 공유’가 자리 잡고 있음을 뚜렷하게 읽을 수 있다. 그러나 최근 발간된 한 국제기구 보고서의 평가는 매우 싸늘하다.
‘한국이 ‘열린 정부 파트너십(OGP)’에 적극 참여했다는 증거는 거의 없다.’ 투명성, 시민 참여, 민주주의 및 반부패를 위한 국제기구인 OGP가 최근 발간한 ‘독립 보고 메커니즘(Independent Reporting Mechanism) 한국 2차 진행 보고서 2014-2015’가 한국의 정보 공개에 대해 내린 총평이다. 한국은 2011년 9월부터 OGP에 참여해왔으며 OGP는 1년 이상 진행한 조사 및 면담을 토대로 이 보고서를 작성했다.
2013년 정부3.0 비전 선포식에 맞춰 정부가 발표한 추진 기본 계획은 그야말로 창대했다. ‘투명한 정부’ ‘유능한 정부’ ‘서비스 정부’라는 3대 전략 아래 ‘공공정보 적극 공개로 국민의 알권리 충족’ ‘공공데이터의 민간 활용 활성화’ ‘정부 내 칸막이 해소’ ‘수요자 맞춤형 서비스 통합 제공’ 등 총 10개 중점 추진 과제를 선포했다.
그러나 한국 정부의 정보 개방 및 공유에 대한 OGP의 평가는 참담한 수준이다. OGP는 한국의 정보 개방 및 공유 성과를 △공공-민간 협력 강화 △맞춤형 서비스 제공 △시민사회 참여 △공공서비스 윤리 강화 △공공데이터의 민간 활용 활성화의 총 5개 공약(commitment)을 평가했다. 한국 정부가 발표했던 추진 기본 계획에 시민사회 참여와 윤리 강화가 추가된 것으로, 결코 정부 계획과 동떨어진 잣대를 들이댄 것이 아니다.
5개 공약 가운데 완료된 것은 하나도 없었다. 계획에 부합해 진행되고 있는 공약은 1개에 불과했다. 공약은 모두 OGP의 가치인 투명성, 시민 참여, 민주주의, 반부패 등에 부합했으나 근본적인 변화 잠재성을 가진 공약은 하나도 없었고 완료는커녕 상당 수준 이행된 공약도 1개밖에 없었다(표 참조).
보고서를 작성한 OGP의 독립조사원 제프리 케인은 보고서에서 정보 개방 및 공유라는 근본적인 가치는 단순히 ‘전자정부’ 구축만으로 실현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지적했다. “(정책의) 초점을 지금처럼 전자정부에 맞출 게 아니라, 부패 문제나 온라인을 통한 시민 참여 같은 ‘열린 정부(open governance)’의 근본적인 이슈들에 맞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