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는 한국을 대표하는 '현금 부자'다. 올해 3월 말 현금성 자산이 100조원에 달했다. 비금융기업 통틀어 가장 많다. 현금을 굴리는 방식은 보수적이다. 상당액을 언제든 뽑아 쓸 수 있는 수시입출금식예금·머니마켓펀드(MMF)나 만기 1년 이하의 국채 등에 묻어뒀다. 외부 자금조달도 극도로 꺼리는 등 '무차입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삼성전자의 보수적 재무전략은 애플 TSMC 등 경쟁업체와는 상반된다. 애플 등은 보유한 현금 220조원 대부분을 회사채로 굴린다. 회사채 발행을 비롯한 자금조달도 적극적이다. 애플과 TSMC의 합산 차입금만 200조원에 이른다. 삼성의 보수적 재무전략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현금을 보다 효율적으로 굴려 운용수입을 늘리는 한편 필요하면 차입금도 탄력적으로 조달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삼성전자가 산업은행과 국내외 투자은행(IB)과 접촉해 대출과 회사채 조건을 파악하기는 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에 대해 "대출을 받거나 회사채를 발행할 계획은 없다"며 "경영에 필요해 조달 조건만 파악해본 것"이라고 말했다.
TSMC도 공격적으로 차입금을 조달한다. 이 회사의 3월 말 차입금은 9656억대만달러(41조1900억원)에 달했다. 차입금은 모두 만기가 1년을 초과하는 장기차입금이다. 이들 차입금의 조달금리는 연 0.39~4.5% 수준이다. 상당액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 생산) 설비를 구축하기 위한 자금으로 조달했다. 이 회사의 3월 말 금융자산은 1조6982억대만달러에 달했다. 이 회사도 대부분 1년 이하의 예금 등에 묻어 뒀다.
하지만 최근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애플과 TSMC처럼 공격적 재무전략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보수적으로 자금을 운용하면서 기회비용이 상당하다는 논의가 있다"며 "해외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해 현금을 탄력적으로 운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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