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필리핀 가사도우미' 취소한 강남엄마..."역갑질 당할까 그만둡니다"
  • 추현욱 사회2부기자
  • 등록 2024-09-09 12:47:55

기사수정


▲ 입국하는 필리핀 가사관리사 /연합뉴스


지난 13일 서울시에 따르면 필리핀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에 신청한 751가구 중 318곳(43%)이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에 있는 가구였습니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강남3구 가구가 더 적극적으로 가사관리사를 원한다는 점이 수치로 증명된 셈인데요.

필리핀 가사관리사 고용에는 최저임금이 적용돼 사업 참여 가구가 지급해야 하는 비용은 8시간 전일제 기준으로 월 238만원입니다. 238만원은 일반적인 가구의 소득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수준이지요. 국내 3인 가구 중위소득(소득순으로 순위를 매겼을 때 가운데 해당하는 소득)이 471만원인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소득 절반을 필리핀 가사도우미에게 떼 줘야 하는데, 중·저소득층 가구에게는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는 금액이지요.

이 가운데 이른바 '강남 엄마'들은 필리핀 가사관리사의 영어 능력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어린 자녀의 영어 공부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인데요.

실제 강남권 부모들이 가입·활동하는 한 맘카페 회원은 "필리핀 도우미가 정말 영어공부에 도움이 될까요?" 등의 잇따라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강남 엄마'로 추정되는 한 회원은 "강남 부모들은 도우미 2~3명 쓰는게 별 부담이 아니니, 필리핀 출신 도우미가 영어에 도움이 되면 쓰자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필리핀에서도 대학 나오고 배운 사람들로 선발했다는데 이들한테 영어를 잘 배우면 비싸도 쓰는 것"이라고 적기도 했지요.


이 같은 상황에 대해 김아름 육아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필리핀 가사관리사는 시간당 1만3700원으로 더 비싸다"며 "그 돈을 주면서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정말 육아도우미를 구하지 못했겠나"라고 꼬집었는데요. 필리핀 가사관리 시스템 자체가 결국 상류층에 맞춰져 있다는 지적입니다.

실제로 서비스 이용 가구로 선정된 10%가량이 서비스를 취소하면서 서울시는 취소분에 대해 상시 신청 접수를 하기로 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는데요. 비용적 부담으로 취소를 했다는 사례가 인터넷 맘카페 등에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계약 조건의 취약점도 드러나고 있습니다. 한 인터넷 카페에 필리핀 가사관리사를 취소했다는 글을 올린 회원은 "가사관리사가 맘에 안들어도 계약기간(6개월) 동안 취소가 안된다고 하더라"며 "일정 변경도 전혀 안되고 한달에 딱 한번만 쉼으로 처리되고 미리 말해도 100% 위약금을 내야 한다. 취소도 못하고 심지어 업무범위도 개판인 상태로 계약 시작하고 꼬박꼬박 돈주면서 역갑질할꺼 같아 그냥 취소했다"고 전했습니다.

이 밖에도 모호한 업무 범위 등도 이용을 망설이게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저출생부터 여성의 경력단절 같은 여러 사회문제를 고려했을 때, 가사관리사의 필요성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천소라 인하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절차와 비용 등을 포함해 여러가지 가이드라인이 모호한 상태"라며 "업무분장의 모호성이 개선될 필요성이 있다. 그리고 합의 절차에 대해서 유연하게 간소화될 필요가 있는지 여부를 볼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진단했습니다.

이어 "서비스 이용에서 매칭이 된다 하더라도 서로 안 맞는 경우들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럴 때 교환, 환불 등의 소비자 권리 보호가 어떤 식으로 이루어질지 등의 보완사항으로 들어갈 필요가 있어 보인다"며 "어쨌든 지금 돌봄인력이 굉장히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에 외국인 도우미가 장기적으로는 늘어날 수밖에 없을 텐데, 관리 여력이 어떤 식으로 정비가 될 것인지 등이 시범사업을 통해서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가장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제천 제일장례예식장, ‘지목 전(田)’에 수년간 불법 아스팔트… 제천시는 뒤늦은 원상복구 명령 충북 제천시 천남동에 있는 제일 장례예식장이 지목이 ‘전(田)’인 토지에 십수 년 동안 무단으로 아스팔트 포장하고 주차장으로 운영해 온 사실이 드러났다. 명백한 불법 행위가 십수 년 동안 방치된 가운데, 제천시는 최근에서야 현장 확인 후 원상복구 명령을 내렸다.문제의 부지(천남동 471-31 등)는 농지 지목인 ‘전’으로, ...
  2. [단독]"6년간 23억 벌었는데 통장은 '텅텅'?"... 쇠소깍협동조합의 수상한 회계 미스터리 [제주 서귀포=서민철 기자] 제주 서귀포시의 명소인 쇠소깍 수상 레저 사업이 수십억 원대 '수익금 불투명 집행 의혹'에 휩싸였다. 2018년 행정 당국의 중재로 마을회와 개인사업자가 결합한 '하효쇠소깍협동조합'이 매년 막대한 수익을 내고도, 회계 장부상 돈이 쌓이지 않는 기형적인 운영을 이어온 것으로 드러났다. ◇ 23억 ...
  3. 강동구 '법무부 청소년범죄예방' 단체 장학금 수여 및 송년회 개최 지난 11월24일(월) 지하철 5호선 굽은다리역에 위치한 [만나하우스]에는 행복한 웃음이 넙쳤다. 바로 강동의 명품단체 법무부 소속 ‘청소년범죄예방 강동지회(회장 이석재)’ 위원들이 청소년들에게 장학금 수여 및 송년회를 위해 하나 둘씩 모여 웃음꽃을 활짝 피었기 때문이다. 이 날 행사에 내빈으로 서울동부지방검찰청 박지나 부...
  4. “We Serve” 실천 60년…울산라이온스클럽이 미래 100년을 향하다 [뉴스21 통신=최세영 ]▲ 사진제공=울산라이온스클럽2025년 12월 11일(목) 오후 6시 30분, 울산 보람컨벤션 3층에서 울산라이온스클럽 창립 60주년 기념식이 성대하게 개최됐다. 이번 행사에는 지역사회 인사뿐 아니라 울산 무궁화라이온스클럽을 포함한 30개 라이온스클럽의 회장단과 라이온들이 참석해 울산라이온스클럽의 60년 역사를 함께 축...
  5. 파주시, 전국 최초 '공공 재생에너지 1호 발전소' 착공 파주시는 국내 지방정부 최초로 직접 생산한 재생에너지를 지역 중소기업에 공급할 계획이라고 지난 3일 밝혔다.파주시는 지난 2일 ‘파주 공공재생에너지 1호 발전소’의 착공식을 열고 본격적인 공사 일정에 돌입했다.이번 착공식에는 발전사업자인 파주시와 파주도시관광공사, 전력 공급 중개를 지원하는 SK이노베이션 E&S를 비...
  6. 2025 서울오픈 태권도대회 성황리 개최...청소년˙성인 모두가 하나 된 열정의 무대 2025년 12월 7일, 서울 종로구 올림픽기념 국민생활관 실내체육관 2층에서 **'2025 서울오픈 태권도대회'**가 성황리에 개최됐다.서울특별시종로구태권도협회가 주최˙주관하고 서울시와 서울특별시체육회가 후원한 본 대회는 지역 태권도 활성화와 선수들의 기량 발전을 목표로 진행되었으며, 유급자 품새부터 태권체조, 종합시범까지 ..
  7. “염화칼슘에 가로수가 죽어간다”… 제천시,친환경 제설제 782톤’ 긴급 추가 확보 충북 제천시가 겨울철마다 반복돼 온 염화칼슘 과다 살포로 인한 도심 가로수 피해 논란 속에, 뒤늦게 친환경 제설제 782t을 추가 확보했다.환경 단체와 시의회의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지자, 시가 올해 겨울철 제설 정책을 전면 수정한 것이다.지난 9월 19일 열린 ‘제설제 과다 살포에 따른 가로수 피해 실태 간담회’에서는 “인도 ...
역사왜곡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