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특별자치도 취재팀] 군산농협이 언론인 A씨를 상대로 제기한 명예훼손 소송에서 법원이 언론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농협이 문제 삼은 보도가 공익적 역할을 수행했다고 판단하며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했다. 이번 판결은 언론 자유의 가치를 재확인한 중요한 사례로 기록됐지만, 농협의 소송 비용이 조합원의 공금에서 지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군산농협은 지난해 언론인 A씨가 작성한 조합장 입찰 비리와 간부의 직장 내 괴롭힘 등을 다룬 기사 7건을 문제 삼아, 5000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해당 보도는 공영방송 KBS 등 다른 매체로도 이어져 군산농협의 내부 문제를 공론화하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법원은 보도 내용이 허위라는 농협 측 주장을 인정하지 않고, 충분한 사실 확인을 바탕으로 작성된 공익적 기사로 판단하며 농협의 청구를 기각했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문제의 보도는 공공의 알 권리를 실현하는 데 기여한 것으로, 언론의 정당한 역할에 해당한다”며 농협의 소송을 기각했다. 이에 따라 농협이 비판적 언론을 억압하기 위해 법적 수단을 남용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시민단체가 발표한 성명서는 농협의 대응 방식을 강하게 비판하며 논란의 불씨를 키웠다. “언론은 사회적 공기이자 국민의 알 권리를 실현하는 중요한 축”이라며, “군산농협의 법적 대응은 언론의 비판에 재갈을 물리려는 시도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특히 조합원의 공금을 소송 비용으로 사용했다는 의혹에 대해 “조합원이 납득할 수 있도록 해당 비용의 집행 내역을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명서는 또한 기자의 역할과 책임에 대해 언급하며, “기자는 정확한 사실을 전달하고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존재”라며, “농협의 이번 행동은 정론직필을 추구하는 언론 전체의 명예를 훼손한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로 인해 군산농협의 소송이 단순히 법적 다툼이 아닌, 언론 자유와 공익적 비판에 대한 심각한 도전으로 비춰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농협과 같은 대규모 조직이 언론 비판에 대응하는 방식에 대한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고 분석한다. 미디어 전문가 B씨에 따르면 “법적 대응은 비판을 잠재우는 단기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조직의 신뢰를 훼손하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며, “농협은 내부 문제를 개선하고 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조합원의 돈이 법적 대응 비용으로 사용됐다는 의혹은 조합원과 농협 간의 신뢰를 결정짓는 중요한 쟁점이 될 전망이다.
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농협의 소송이 SLAPP(Strategic Lawsuit Against Public Participation 전략적 봉쇄 소송)의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을 암묵적으로 인정했다. SLAPP 소송은 권력이나 자본을 가진 조직이 비판적 목소리를 억압하기 위해 사용하는 전략으로, 민주주의의 근간인 언론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심각히 훼손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크다. 전문가들은 한국에서도 SLAPP 소송을 방지하기 위한 입법 논의가 본격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미 관련 법안을 통해 공익적 비판을 보호하고 있으며, 한국에서도 이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군산농협은 이번 소송 패소를 단순한 법적 실패로 끝낼 것이 아니라, 내부 문제를 해결하고 조합원과의 신뢰를 회복할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시민단체가 지적한 공금 사용 의혹은 투명성 강화를 요구하는 시대적 흐름에서 농협이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다. 언론 비판에 대응하기 위해 법적 수단을 남용하기보다, 비판을 수용하고 개선의 계기로 삼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군산농협의 입장을 듣고자 군산농협을 찾아갔지만 간부 C씨는 언론에 대해 어떠한 인터뷰에도 응하지 않겠다고 전했다.
이번 판결은 언론의 공익적 비판 활동을 보호하는 동시에, 대규모 조직의 잘못된 대응 방식을 경고하는 선례로 남을 것이다. 농협은 이번 사건을 통해 조직 내부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새로운 출발점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