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단독] 군산농협, 언론인 상대 소송 패소… 시민단체 “조합 돈으로 재갈 물리기?”
  • 임호정 사회2부기자
  • 등록 2024-11-20 10:31:06
  • 수정 2024-11-20 10:36:53

기사수정
  • - 농협, “허위사실 보도” 주장… 법원은 기각


▲ 군산농협 전경



[전북특별자치도 취재팀] 군산농협이 언론인 A씨를 상대로 제기한 명예훼손 소송에서 법원이 언론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농협이 문제 삼은 보도가 공익적 역할을 수행했다고 판단하며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했다. 이번 판결은 언론 자유의 가치를 재확인한 중요한 사례로 기록됐지만, 농협의 소송 비용이 조합원의 공금에서 지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군산농협은 지난해 언론인 A씨가 작성한 조합장 입찰 비리와 간부의 직장 내 괴롭힘 등을 다룬 기사 7건을 문제 삼아, 5000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해당 보도는 공영방송 KBS 등 다른 매체로도 이어져 군산농협의 내부 문제를 공론화하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법원은 보도 내용이 허위라는 농협 측 주장을 인정하지 않고, 충분한 사실 확인을 바탕으로 작성된 공익적 기사로 판단하며 농협의 청구를 기각했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문제의 보도는 공공의 알 권리를 실현하는 데 기여한 것으로, 언론의 정당한 역할에 해당한다며 농협의 소송을 기각했다. 이에 따라 농협이 비판적 언론을 억압하기 위해 법적 수단을 남용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시민단체가 발표한 성명서는 농협의 대응 방식을 강하게 비판하며 논란의 불씨를 키웠다. 언론은 사회적 공기이자 국민의 알 권리를 실현하는 중요한 축이라며, “군산농협의 법적 대응은 언론의 비판에 재갈을 물리려는 시도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특히 조합원의 공금을 소송 비용으로 사용했다는 의혹에 대해 조합원이 납득할 수 있도록 해당 비용의 집행 내역을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명서는 또한 기자의 역할과 책임에 대해 언급하며, “기자는 정확한 사실을 전달하고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존재라며, “농협의 이번 행동은 정론직필을 추구하는 언론 전체의 명예를 훼손한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로 인해 군산농협의 소송이 단순히 법적 다툼이 아닌, 언론 자유와 공익적 비판에 대한 심각한 도전으로 비춰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농협과 같은 대규모 조직이 언론 비판에 대응하는 방식에 대한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고 분석한다. 미디어 전문가 B씨에 따르면 법적 대응은 비판을 잠재우는 단기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조직의 신뢰를 훼손하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 “농협은 내부 문제를 개선하고 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조합원의 돈이 법적 대응 비용으로 사용됐다는 의혹은 조합원과 농협 간의 신뢰를 결정짓는 중요한 쟁점이 될 전망이다.


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농협의 소송이 SLAPP(Strategic Lawsuit Against Public Participation 전략적 봉쇄 소송)의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을 암묵적으로 인정했다. SLAPP 소송은 권력이나 자본을 가진 조직이 비판적 목소리를 억압하기 위해 사용하는 전략으로, 민주주의의 근간인 언론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심각히 훼손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크다. 전문가들은 한국에서도 SLAPP 소송을 방지하기 위한 입법 논의가 본격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미 관련 법안을 통해 공익적 비판을 보호하고 있으며, 한국에서도 이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군산농협은 이번 소송 패소를 단순한 법적 실패로 끝낼 것이 아니라, 내부 문제를 해결하고 조합원과의 신뢰를 회복할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시민단체가 지적한 공금 사용 의혹은 투명성 강화를 요구하는 시대적 흐름에서 농협이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다. 언론 비판에 대응하기 위해 법적 수단을 남용하기보다, 비판을 수용하고 개선의 계기로 삼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군산농협의 입장을 듣고자 군산농협을 찾아갔지만 간부 C씨는 언론에 대해 어떠한 인터뷰에도 응하지 않겠다고 전했다.


이번 판결은 언론의 공익적 비판 활동을 보호하는 동시에, 대규모 조직의 잘못된 대응 방식을 경고하는 선례로 남을 것이다. 농협은 이번 사건을 통해 조직 내부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새로운 출발점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TAG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가장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가을 밤 밤은 가을의 상징처럼 다가오는 열매다. 가시 돋친 송이 속에 숨어 있다가 단단한 껍질을 벗기면, 고소하고도 은근한 단맛을 품은 알맹이가 드러난다. 구워 먹거나 삶아 먹을 때의 따뜻한 향은 오래된 풍경처럼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다. 한국의 밤은 특히 알이 크고 질이 좋아 ‘한국밤’이라 불린다. 충청남도 공주와 부여, 전라도 순.
  2. 김정은·김여정, 中 전승절 행사서 서방 명품 착용 포착 중국 전승절 열병식 참석을 위해 방중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고가의 서방 명품을 착용한 모습이 포착돼 논란이 일고 있다.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NK뉴스는 4일 러시아 크렘린궁이 공개한 사진을 분석한 결과, 김 위원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포옹할 당시 착용한 손목시계가 스위스 명품 ..
  3. 고양시, 서북부 광역시티투어 '끞' 12월까지 운행 고양특례시는 서북부 광역시티투어 '끞'을 이달부터 12월 7일까지 하반기 운행을 한다고 4일 밝혔다.'끞'은 경기도, 고양·파주·김포시, 경기관광공사가 함께하는 지역 여행 프로그램으로 3개 시의 앞 자음을 조합해 만든 명칭이다. 경기 서북부의 문화·예술·자연을 합리적인 비용으로 즐길 수 있다.25명 이상 단체 예약 때는 ...
  4. 고양국제박람회재단, 스타필드 고양서 '플라워 팝업스토어' 개최 재단법인 고양국제박람회재단은 스타필드 고양과 함께 7일까지 스타필드 고양 1층 고메스트리트 앞에서 ‘플라워 팝업스토어' 행사를 진행한다고 5일 밝혔다.행사 기간 동안 고양시 화훼 농가들은 식물을 어울리는 화분에 심고 피규어나 도자기 픽 등을 곁들여 플랜테리어 활용에 적합하도록 상품을 구성해 판매한다.이번 행사는 최근 M...
  5. 김정은-시진핑 6년 만에 정상회담…북·중 관계 개선 신호탄 북-중 정상회담이 4일 6년 만에 열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이번 만남은 경색됐던 북-중 관계 개선에 본격적인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인다.이날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저녁 7시께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회담을 가졌다”고 보도했다. 북-중 양자 회담은 시...
  6. 백령도 서해 최북단에 자리한 백령도는 마치 흰 날개를 펼친 새처럼 바다 위에 유유히 떠 있는 섬이다. 두무진의 거대한 절벽은 수억 년 세월이 빚어낸 자연의 성채처럼 늘어서 있으며, 가까이 다가가면 ‘장군바위’, ‘코끼리바위’ 같은 바위들이 마치 살아 있는 듯 신비롭게 모습을 드러낸다.
  7. 포르투갈 리스본 명물 ‘푸니쿨라’ 선로 이탈…한국인 2명 사망·1명 중상 포르투갈 수도 리스본에서 관광 전차가 탈선하는 사고가 발생해 한국인 관광객 2명이 숨지고 1명이 크게 다쳤다.외교부는 5일 “한국 시간으로 오늘 새벽 한국인 남성 1명과 여성 1명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부상을 입은 여성 1명은 현지 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중환자실에서 치료 중”이라고 밝혔다.외교부 당국자는 “현지 공관이 ...
역사왜곡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