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4년 12월 27일, 군산 근대역사박물관 옆 장미공연장에서 전북 무용계의 선구자인 故 육정림 선생을 기리는 뜻깊은 행사가 열렸다. 이 행사는 전북대학교 이야기연구소의 이정훈 학술연구교수가 주관했으며, 육정림 선생의 삶과 예술적 유산을 되새기는 자리로 마련됐다. 군산에서 태어나 한국 무용계의 거목으로 활동했던 그는 창작무용극 '아리랑' 등 수많은 작품을 남기며 전북 무용의 중심을 지켜온 인물이다.
육정림 선생은 1928년 군산에서 태어나 1987년 향년 59세로 타계하기까지 한국 근현대사의 격동기를 온몸으로 살아냈다. 일제강점기부터 해방, 한국전쟁, 산업화, 군사 정권을 거친 시기에도 그는 무용을 통해 민족혼과 예술적 가치를 표현하며, 수많은 후학을 양성하는 데 헌신했다. 특히 그의 대표작인 창작무용극 '아리랑'은 한과 민족 정서를 춤으로 풀어내며 지역을 넘어 한국 무용사에 깊은 발자취를 남긴 작품이다.
이번 행사에서는 선생의 수필 '무용 有感'이 한시예 채영숙 회장에 의해 낭독돼 그의 예술적 철학과 내면세계를 엿볼 수 있었다. 이어진 공연에서는 최은숙 도립국악원 지도위원이 안무를 맡아 '아리랑'을 재현하며 관객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했다. 이 공연은 선생의 제자들이 준비한 추모 무대로 그의 예술혼과 작품 세계를 생생히 되살려내는 데 중점을 두었다.
행사에는 전북과 군산 지역의 다양한 문화·예술계 및 행정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그 의미를 더했다. 최병관 전북특별자치도 행정부지사, 박정희·김동구 전북도의원, 이성일 전 전북도의원, 김성규 전북 콘텐츠 융합진흥원장, 최영규 전북문화관광재단 처장, 최장호·송미숙 군산시의원 등이 자리해 육정림 선생의 예술적 업적을 기리며 지역 예술계의 발전을 위한 뜻을 모았다.
육정림 선생은 생전 군산 시민들에게 무용의 선구자이자 카리스마 넘치는 예술가로 기억됐다. 군산극장과 시공관에서 열렸던 그의 무용 발표회는 당시 지역 사회에서 큰 화제를 모았고, 그의 문하생들은 지역 문화 예술의 뿌리를 다지는 데 기여했다. 이번 행사는 그의 예술혼을 재조명하고, 군산이라는 지역적 배경에서 꽃피운 예술적 유산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일깨우는 자리였다.
이번 행사를 주관한 이정훈 교수와 최은숙 지도위원은 육정림 선생의 작품과 정신을 계승하고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임을 강조했다. 이정훈 교수는 “육정림 선생의 업적은 단순히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의 지역 문화예술을 풍요롭게 할 원천”이라고 말했다.
故 육정림 선생의 예술혼을 기리는 이번 행사는 군산의 지역적 가치를 되새기고, 전북 문화예술의 미래를 고민하는 뜻깊은 계기가 됐다. 그의 업적은 앞으로도 지역 예술계의 중요한 지표로 남아, 더 널리 알려지고 계승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