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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식 상호관세에 한국도 사정권…
  • 추현욱 사회2부기자
  • 등록 2025-02-14 15:2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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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4월 1일까지 조사를 마치고 나라별로 상호 관세 부과에 나선다는 계획...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 ‘상호 무역과 관세’ 대통령 각서에 서명하면서 우리나라도 상호 관세 영향권에 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뿐만 아니라 부가가치세를 포함한 각종 세금, 보조금, 규제, 환율, 임금 등 각종 비관세 장벽까지 상호 관세를 계산하는 데 쓰겠다고 밝히면서다. 상호 관세는 상대국 수준으로 관세를 올리는 개념이다.


미국 고위 당국자는 이날 사전 브리핑에서 “중국 같은 전략적 경쟁자이든 유럽연합(EU)이나 일본이나 한국 같은 동맹이든 상관 없이 모든 나라가 다른 방식으로 우리를 이용하고 있다”며 한국도 특정해서 언급했다. 또 “미국이 무역 적자를 많이 내고 있고 문제가 가장 심각한 국가들을 먼저 들여다볼 방침”이라고 했다. 미국은 4월 1일까지 조사를 마치고 나라별로 상호 관세 부과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우리나라는 13년 전인 2012년 미국과 모든 수출입 물품에 대한 관세 철폐를 원칙으로 하는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다. 2019년 한 차례 개정을 거쳐 미국은 한국에서 수입하는 모든 상품을 2041년까지, 우리나라는 미국에서 들여오는 상품 중 일부 농산물을 제외한 99.8%에 대해 2031년까지 단계적으로 관세를 없애기로 했다. 현재 한국이 수입하는 거의 모든 미국산 물품은 무관세로 들어오고 있고, 미국도 비슷한 상황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뿐만 아니라 비관세 장벽도 고려하겠다고 각서에 명시했다. 중국, 멕시코, 베트남 등에 이어 여덟째로 미국과 무역에서 많은 돈을 벌어가는 우리나라에 대해서도 미국이 규제와 세금 등 비관세 장벽의 영향까지 계산해 관세를 매길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허윤 서강대 교수는 “미국은 ‘한국의 불합리한 규제 때문에 수출을 많이 못 한다’는 식으로 주장하며 이를 금액으로 환산해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성대 한국무역협회 통상연구실장은 “상호 관세가 법으로 정해진 개념이 아니기 때문에 미국이 일방적으로 ‘이것이 상호 관세’라고 하면, 다른 나라들은 그렇게 이해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통상 전문가들에 따르면 미국이 중점적으로 들여다볼 것으로 예상되는 대표적인 비관세 장벽은 디지털 무역 장벽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거대 플랫폼 기업의 ‘갑질’을 막겠다는 취지로 ‘온라인 플랫폼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 지명자는 최근 청문회에서 이런 규제 움직임에 대해 “용납할 수 없다”며 강력 대응을 시사했다. 백악관은 상호 관세를 발표한 13일 별도의 문서에서 캐나다·프랑스의 디지털세를 대표적인 무역 장벽으로 거론하기도 했다.

미국 조사와 관련해선 미국이 발간하는 국가별 무역장벽보고서(NTE)를 참고해볼 수 있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에서도 매년 한국 규제 관련 보고서를 내고 있다. 이 보고서들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의 자동차 배출 관련 인증 절차를 문제 삼을 수 있다. 트럼프 1기 때도 이미 “한국의 자동차 안전·환경 규제가 미국산 자동차 수출을 어렵게 한다”고 주장했고, FTA 개정을 통해 미국 안전 규정만 충족해도 한국에 수출할 수 있는 자동차를 연간 2배로 늘렸다.

우리나라 약가 정책도 미국에서 수년간 지적해온 분야다. 미국 제약업계는 한국이 약가를 책정할 때 미국의 혁신적인 제약에 대한 가치를 충분히 인정하지 않는다는 불만을 제기해왔다. 이 밖에 외국 플랫폼 기업이 한국 통신사에 내는 망 이용료, 생명공학 기술로 재배한 농산물에 대한 규제, 화학물질 관련 각종 규제, 미국산 소고기 수입 제한, OTT 플랫폼 규제 등 다양한 법안에 대한 우려를 표명해왔다.

보조금도 문제 삼을 수 있다. 우리나라는 중국처럼 자국 기업에 보조금을 대량으로 뿌리는 나라는 아니지만, 미국 상무부는 2023년 9월 한국의 싼 전기 요금을 문제 삼아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이 수출하는 후판(두꺼운 철판)에 1.08%의 상계관세 부과를 판정한 바 있다. 한국의 값싼 전기 요금이 사실상 정부 보조금에 해당한다면서 한국산 철강 제품에 일종의 징벌적 세금인 상계관세를 매겼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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